언어의 뿌리와 감정의 결을 따라 ㅡ 청람 김왕식

김왕식







나도 이에 자유롭지 못하다








말의 칼끝, 사랑의 씨앗
― 언어의 뿌리와 감정의 결을 따라




청람 김왕식



말은 씨앗이다.
어느 날 아무렇지 않게 던진 한 마디가 누군가의 마음에 내려앉아, 가시로 자라거나 꽃으로 피어난다. 문제는, 그 말이 검보다 날카롭다는 사실이다. 검은 피부를 뚫지만, 말은 심장을 겨눈다.
그것도 단 한 줄의 문장으로. 특히 미움이 깃든 언어는 잉크가 아니라 독이다. 그 독은 상대에게 상처를 남기고, 화살처럼 날아간 끝에는 되돌아오는 법 없이 우리 자신의 내면을 먼저 물들인다.

누구도 기억하지 못할 것 같은 한 문장. 그러나 그 말은 상대의 기억 속에서 오래도록 상처의 표정을 짓는다. SNS에 남긴 댓글 한 줄, 무심코 적은 비난의 문장 하나. 그것은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마음속에 박히고, 시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다. 종이는 낡아도 말은 썩지 않는다. 미움과 질투를 담아 쏟아 낸 말은, 마치 녹슨 못처럼 상대의 가슴에 박히고, 동시에 나의 심장을 서서히 파고든다.

말의 뿌리는 곧 마음의 뿌리다.
마음이 검게 흐르면, 언어는 가시가 된다. 시기와 질투가 농축된 감정은 문자로 변할 때 더욱 선명하고, 더욱 날카롭다. 그리고 그 말은, 아무리 지우려 해도 다시 떠오른다. 누군가의 마음속 물비늘을 타고, 흩어진 상처의 반사로 되살아난다. 누군가의 눈빛에 반사된 내 말은 결국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 된다.

하여,
우리는 이제, 말의 기록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나의 일기장, 나의 SNS, 나의 편지들. 그곳에 심어진 말의 뿌리를 살핀다면, 나의 감정이 어디서부터 기울기 시작했는지를 알 수 있다. 혹여 한 글자라도 독을 묻혀 쓴 일이 있다면, 그것은 단지 타인을 향한 화살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 삶의 정원을 황폐하게 만든, 내 안의 그림자였다.

절망하지 않아도 된다.
뿌리는 바뀔 수 있다. 어둠의 흙도, 햇살이 들면 바뀐다. 말은 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물이기도 하다. 말은 찌르기도 하지만, 어루만질 수도 있다. 한 마디의 격려, 한 줄의 진심, 그 말은 누군가의 마음을 적시는 비가 되고, 스스로의 상처에도 연고가 된다.

사랑은 말에서 시작된다. “괜찮아.” “고마워.” “미안해.” 이 단순한 말들이야말로 천국의 언어다. 이 말은 지우는 것이 아니라, 덧쓰는 것이다. 미움의 흔적 위에 사랑을 써 내려가면, 언젠가 과거의 상처는 희미해지고, 사랑은 그 자리에 새로운 뿌리를 내릴 것이다.

오늘,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어떤 언어를 남겼는가. 내 말은 누군가의 가슴에 꽃이 되었는가, 아니면 검이 되었는가. 삶은 결국 말의 흔적 위에 놓이는 그림자다. 그림자를 거두려면, 빛을 먼저 불러야 한다. 그리고 그 빛은 언제나 사랑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독의 뿌리를 걷고, 사랑의 씨앗을 심자. 그것이 우리 안의 지옥을 천국으로 바꾸는 유일한 길이다. 말은 다시 태어날 수 있고, 그 말은 다시 우리를 바꿀 수 있다. 언어는 마음의 그림자다. 그러니 오늘은 그 그림자마저도 따뜻하게 물들이는 하루가 되기를.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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