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시절을 지나 문학으로 숨 쉬는 삶 ㅡ청람 김왕식

김왕식







혼돈의 시절을 지나 문학으로 숨 쉬는 삶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바람은 늘 같은 방향으로만 불지 않는다. 때로는 북풍이, 때로는 무더운 열풍이 일상의 문을 거칠게 두드린다. 작금의 시대는 그런 바람 속을 걷는 날들과도 같다. 뉴스는 매일 새로운 충돌과 고통을 전하고, 사람들은 조용한 절망을 옷처럼 입고 산다. 어지럽고 소란한 이 시기를 우리는 어떻게 견디며 살아가야 할까. 문학은 이에 대한 가장 고요하고 오래된 대답이다.

문학은 상처 위에 붕대를 감는 것이 아니라, 그 상처에 숨을 불어넣어 꽃으로 피어나게 한다. 시인은 흙먼지 속에서도 별빛을 캐내고, 소설가는 무너진 돌담 뒤에서도 인간의 체온을 발견한다. 독자는 그들 손에 이끌려 삶의 구석진 골목으로 들어가, 마침내 자신이 얼마나 다정하고도 단단한 존재인지 다시 깨닫는다.

삶은 때로 버거워서 ‘왜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하지만 문학은 되묻는다. “어떻게 살아야 빛나는가?” 현실은 우리에게 성급한 판단을 요구하지만, 문학은 천천히 바라보라고 속삭인다. 때론 한 문장이, 때론 시 한 편이 가슴속 오래된 고요를 불러낸다. 그것이 문학이 가진 치유의 힘이다.

문학은 감정의 피난처이자, 혼란의 숲에서 길을 잃은 이에게 쥐어주는 나침반이다. 슬픔을 안고 읽는 글은 슬픔을 배반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슬픔을 안아준다. 그 안에서 우리는 타인의 아픔을 이해하고, 나의 눈물을 낯설지 않게 받아들인다. 그 과정 속에 우리는 조금씩 단단해진다.

이 혼돈의 시대에 문학은 촛불과 같다. 바람에 흔들리되 꺼지지 않고, 어둠을 물리치진 못하지만 적어도 어둠 속을 걷는 사람의 얼굴을 비춘다. 그것만으로도 문학은 충분히 고마운 존재다. 누군가에게는 생존의 호흡이고, 누군가에게는 기억의 장미이며, 누군가에게는 마음을 덮어주는 이불이 된다.

지금도 세상은 시끄럽다. 하지만 한 권의 책, 한 줄의 시, 한 편의 소설은 여전히 조용히 누군가의 내면을 환하게 밝힌다. 그것이 문학의 위로다. 문학은 정답을 말하지 않는다. 다만 당신이 삶에 묻은 진흙을 문질러 닦아주며, 말한다. “당신의 이야기도 여기에 있다”라고.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대, 문학은 여전히 확실한 사랑의 언어다. 세상이 얼룩져도 문학은 그 얼룩을 아름다운 패턴으로 만든다. 그러니 우리는 계속 읽고, 써야 한다. 마음속 불안을 시로 누르고, 사랑을 문장으로 기록하며, 아픔을 단어로 숨 쉬게 해야 한다.

문학은 세상을 바꾸지 않는다. 하지만 문학을 읽은 사람은 세상을 더 따뜻하게 바라본다. 그렇게 한 사람씩, 한 마음씩 변할 때, 세상은 문득, 다시 살아갈 만한 곳이 된다.

문학은 결국 인간을 믿는 예술이다. 그러니 오늘도 혼란한 세상 속에서 문학은 조용히 속삭인다. “괜찮다, 너는 네 문장처럼 아름답다”라고.



ㅡ 청람


keyword
작가의 이전글김유조 작가의 소설 '고도방 구두'를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