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라는 별을 잡다 ㅡ청람 김왕식

김왕식







마음이라는 별을 잡다



청람 김왕식




세월이라는 강을 따라 먼 길을 흘러오니, 어느덧 생의 칠 할이다. 앞에 남은 물길은 손바닥만큼 좁지만, 물빛은 오히려 깊고 투명하다. 이제는 묻는다. 삶의 마지막 고개에서, 우리는 무엇을 바라보며 어떤 손을 붙잡아야 할까. 세월이 가르쳐준 가장 명징한 답은, 사람됨의 근본은 한결같은 마음에 있고, 참된 행복은 그 마음을 따뜻하게 지켜낸 데 있다는 것이다.

좋은 사람은 외롭지 않다. 어진 사람은 언제나 조용한 웃음을 품는다. 그것은 지위나 소유가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사람 곁에 있기 때문이다.

흔히들
'들판에서 토끼를 잡으려면 귀를, 닭을 잡으려면 날개를, 고양이는 목덜미를 잡아야 한다'라고 한다.
그러나 사람은 어디를 잡아야 할까? 멱살을 잡으면 싸움이 되고, 손을 잡으면 스르르 빠져나간다. 오직 마음을 잡아야 한다. 마음은 손보다 오래 머무는 그릇이고, 한 번 품으면 사계절을 같이 견디는 동반자다.

마음을 붙든다는 것은, 바람 부는 날 어깨를 감싸주는 일이요, 말 없는 날 눈빛으로 건네는 위로다. 그렇게 가까운 이의 마음을 소중히 안을 줄 알 때, 삶은 폭풍 속에서도 따뜻한 등불 하나쯤은 지닌다. 비바람 속의 한 줄기 노을처럼, 마음 하나가 하루를 밝히고 인생을 가른다.

젊은 날엔 누구나 “무엇이 되고 싶냐”는 질문 앞에 고개를 치켜들었다. 과학자, 시인, 대통령… 허공에 그렸던 그 수많은 이름들.

한 노인은 그 물음에 가장 깊고 고요한 답을 한다.

“편안한 마음을 지닌, 건강한 노인이 되고 싶습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가장 단단하고 아름다운 꿈이다.

세월은 얼굴에 주름을 새기고, 머리칼에 흰 물감을 뿌리고 간다. 그러나 그 위에 단정히 깔끔한 옷을 입고, 손수 차린 검소한 밥상 앞에 앉는 모습은 얼마나 고귀한가. 보이지 않는 것은 많아져도, 마음의 등불은 결코 꺼지지 않겠다. 듣기 어려워져도, 언제나 귀를 열고 살아 있는 목소리를 놓치지 않으리라. 입을 여는 일도 조심스러워지지만, 그렇기에 말 한마디가 향기가 되고, 침묵이 따뜻한 언어가 된다.

걷는 일이 더뎌져도 괜찮다.
느린 걸음으로도 도달할 수 있는 진실이 있다. 여행의 목적지는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외려 작은 오솔길 옆 풀잎 하나, 이웃의 눈웃음, 지나가는 바람의 온기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운다. 그렇게 익힌 것들을 실천하며 사는 일, 그것이 늦은 삶의 품격이다.

건강은 이제 단순한 몸의 문제를 넘는다. 튼튼한 몸은 기쁨을 담는 항아리고, 건강한 마음은 사랑을 발아시키는 들판이다. 병들지 않는 몸이 아니라, 상처를 안고도 웃을 수 있는 마음. 그런 사람이야말로 가장 부자요, 가장 아름다운 성공자다.

따뜻한 햇살이 어깨에 내려앉듯, 오늘 하루는 서로의 마음을 안아보자. 손보다 먼저 마음을 내밀고, 말보다 먼저 시선을 건네며. 세상의 거친 언덕을 오르기 전, 마음이라는 별 하나를 먼저 잡자. 그것은 결코 떠나지 않을 동행이 되어, 남은 인생길의 가장 환한 불빛이 되어줄 것이다.

하여
남은 삼 할의 삶, 이마에 내려앉은 햇살처럼 고요히, 마음을 품고 건강을 누리며, 여유롭고 단정한 하루하루로 채워가자. 삶의 마지막 장은 화려한 것이 아니라, 따뜻하고 향기로운 것이라 믿으며.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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