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홍구 시인의 '다시 별을 읽다'를 읽고 ㅡ청람 김왕식

김왕식



□ 천홍구 작가










다시별을 읽다




시인 전홍구




짙은 밤은 시의 껍질을 벗기며
윤동주의 그림자를 따라 걷는다
말 없는 별들이 창백한 얼굴로
한 줄의 숨결로 내게 속삭인다

잊혔던 문장의 옆구리를 짚고
나는 낡은 종이 속 시간을 펼친다
어디선가 목소리가 흐르듯 젖어
빛보다 먼저 시가 반짝인다

그는 밤새 별을 세지 않았다
별로 떨어진 뼛가루를 셋다
고요한 피와 투명한 저항
그 침묵 속에서 언어는 피어났다

누군가는 영화로 그를 불러 본다
누군가는 노래로 그의 밤을 흥얼댄다
그러나 나는
그의 시에 귀 기울이는 낯선 연필이 되고 싶다

리마스터된 목소리도 좋지만
나는 원고지 구석에 번진 눈물을 읽는다
별빛 스며드는 방에라도 살아 있다는 건
지워지지 않는 문장을 하나 더 쓸 수 있는 일.






전홍구 시인의 '다시 별을 읽다'를 읽고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전홍구 시인의 '다시 별을 읽다'는 시를 향한 경건한 사유이자, 윤동주라는 상징적 존재를 경유해 자신과 시, 삶과 죽음, 기억과 저항을 다시 불러내는 정신적 여정이다. 시인은 단지 별을 '세는' 데 그치지 않고, 별이 된 시인의 뼛가루를 '세는' 데까지 나아간다. 그것은 시적 감상의 차원을 넘어, 존재의 본질과 그 윤리에 깊이 발을 담근 행위이다.

첫 연에서 “짙은 밤은 시의 껍질을 벗기며 / 윤동주의 그림자를 따라 걷는다”는 구절은 시 전체의 정서를 지배한다. 짙은 밤은 감추는 어둠이 아닌, 드러내는 시간이다. 시인은 그 어둠 속에서 시의 껍질을 벗겨내고, ‘윤동주’라는 하나의 신화를 따라 걷는다. 이는 곧 한국 현대문학의 양심이자 별의 시인인 윤동주의 존재를 따르고자 하는 시인의 태도이자, 삶의 미학에 대한 깊은 존경의 고백이다.

“말 없는 별들이 창백한 얼굴로 / 한 줄의 숨결로 내게 속삭인다”는 표현은 윤동주의 <서시>를 비롯한 별과 침묵의 이미지를 변주하며, 언어로 가닿지 못했던 세계와의 조용한 교감을 은유한다. 별은 그저 광물질이 아니라, 침묵 속에서 살아남은 말이며, 시인이 되새기는 존재의 흔적이다. 별은 말하지 않지만, 그 침묵은 시인에게는 ‘한 줄의 숨결’로 다가온다.

두 번째 연에서는 “잊혔던 문장의 옆구리를 짚고 / 나는 낡은 종이 속 시간을 펼친다”는 시적 행위가 드러난다. ‘문장의 옆구리’라는 표현은 독특한 감각이다. 마치 시가 살아 있는 신체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빛보다 먼저 시가 반짝인다”는 표현은 시의 본질적 속도를 다시금 되묻는다. 세상에 빛이 오기 전, 시가 먼저 도달할 수 있다는 신념은 시인을 언어 너머의 존재로 고양시킨다.

세 번째 연에서 시는 절정에 이른다. “그는 밤새 별을 세지 않았다 / 별로 떨어진 뼛가루를 셋다”는 대목은 윤동주의 ‘별 헤는 밤’에 대한 해석을 전복적으로 확장한다. 시인은 윤동주가 별을 본 것이 아니라, 별이 된 자들의 뼛가루를 셌다고 말한다. 그 별은 로맨틱한 환상이 아니라, 고요한 피와 투명한 저항의 산물이다. 이로써 별은 윤동주의 시에 깃든 순결한 저항정신, 불굴의 인간성과 겹쳐진다.

“누군가는 영화로, 누군가는 노래로” 윤동주를 기억하지만, 시인은 “그의 시에 귀 기울이는 낯선 연필”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이 고백은 시인으로서의 자세이자 문학의 윤리에 대한 겸허한 선언이다. 소비되는 이미지로서의 윤동주가 아니라, 온전히 시 안에서 고요히 피어나는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행위는, 곧 살아 있는 시인 전홍구 자신의 존재 방식이 된다.

결말부의 “나는 원고지 구석에 번진 눈물을 읽는다”는 문장은 시 전체의 미학과 윤리, 감성을 하나로 통합하는 명문장이다. 그것은 잘 다듬어진 시어가 아니라, 생의 가장 깊은 고백에서 비롯된 언어다. “별빛 스며드는 방에라도 살아 있다는 건 / 지워지지 않는 문장을 하나 더 쓸 수 있는 일”이라는 마지막 구절은, 살아 있음의 이유를 문학으로 증명하고자 하는 시인의 삶의 철학을 집약한다.

전홍구 시인의 이 작품은 윤동주를 기리는 시를 넘어, 시인이 시인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는 이중의 거울 같은 시이다. 별은 윤동주였고, 별이 된 시는 곧 전홍구 자신의 사유가 된다. 이는 문학을 통한 ‘정화’이며, 말의 힘을 다시 회복하려는 저항의 시선이다.

이 시가 지닌 문학적 메타포는 깊고 단단하다. 시는 단순히 과거를 기리는 위령의 언어가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떤 시선을 가져야 하는지를 묻는다. 윤동주의 시는 다시 별이 되어 전홍구의 시에서 반짝이고, 그 별은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이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바로 이 점에서 이 시는, 문학의 윤리와 시의 존재론을 함께 품은 깊고 아름다운 시적 성과라 말할 수 있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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