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비가 내린다 ㅡ청람 김왕식

김왕식






플라스틱 비가 내린다



청람 김왕식





비가 내린다.
더 이상
맑은 물이 아니다.
풀잎 끝에 맺히는 이슬도,
아이들의 뺨에 닿는 빗방울도
더는 순수하지 않다.

이제 비는
작디작은 조각들을 데리고 온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코로 들어오고,
피부에 달라붙고,
심지어 우리 몸 깊숙이까지
스며든다.

그건 비가 아니다.
플라스틱이다.
바다를 떠돌다
태양에 부서지고,
산을 흘러
하천을 타고 흘러든
수많은 미세조각들.

누군가는 말한다.
"눈곱만큼일 뿐"이라고.
"몸에서 걸러질 것"이라고.
그러나 지구는 기억하고 있다.
그 미세한 파편들이
어떤 생을 망가뜨렸는지.

바다거북이 플라스틱을 먹고,
물고기가 배를 채우며 죽어가고,
새들은 투명한 파편을
먹이인 줄 알고 새끼에게 물려준다.
그 울음조차
지금은 사라진 바람 속에 묻혀 있다.

우리는 플라스틱을
편리함이라 불렀고,
생활필수품이라 불렀다.
그리고 매일같이
비닐을 뜯고, 병을 버리고,
포장을 벗기며 살아간다.
그 포장은 버려졌지만,
사라지지 않는다.

플라스틱은
썩지 않는다.
자연의 법칙에 들지 않는다.
시간조차
그를 해치지 못한다.
그래서 그것은
영원한 오염이다.

이제 우리는
비를 맞으며 오염되고,
물을 마시며 오염된다.
심지어 숨을 쉬며
오염되고 있다.

비는 더 이상
청정함의 상징이 아니다.
그것은 경고다.
하늘조차 정화되지 못한
현대 문명의 절규.

플라스틱 비는
하늘에서 온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
하늘로 올려 보낸 것이다.
그리고
그 비는 다시 인간에게 돌아온다.

순환의 법칙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돌아온다.
버린 것들은 되돌아온다.
지구는 쓰레기를 기억한다.
그리고 그 기억은
이제 우리 몸에 새겨진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남기고 있는가.
생명을 위한 기술이라 말하며
죽음을 뿌리고 있는 건 아닌가.

플라스틱 비를 멈추게 하려면
우선 소비를 멈춰야 한다.
편리함이라는 유혹을
조금만 미뤄야 한다.
한 번 쓰고 버리는 삶이
이토록 많은 생명을 앗아가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진정한 정화는
빗물이 아니라
의식의 눈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러니 오늘,
비가 내리거든
잠시 우산을 접고
하늘을 바라보자.
그 안에서 흘러내리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자.

그 빗속에서
흙냄새 대신
플라스틱 냄새가 난다면,
그 순간,
우리는 드디어
문명의 오염을
자각하게 되는 것이다.



ㅡ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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