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심경(直指心經) ㅡ 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직지심경(直指心經)



청람 김왕식





쇳물처럼 들끓는 세상 위에
고요한 문장 하나 내려앉는다.
판단하지 않는 눈동자여,
거울 속엔 누구도 머물 수 없다.

있는 것도 없고,
없는 것도 숨결처럼 있다.
선을 행하려는 순간,
그 선은 이미 그림자다.

행동 없이 행동하라.
우주의 숨결은 소리 없이 흐른다.
의도를 지운 자리에
진실은 꽃처럼 핀다.

무심의 새벽,
마음은 문밖에서 잠들고
본성의 강이 조용히 흐른다.
진리는 전략을 품지 않는다.

거울처럼 있어라.
아름다움 앞에서 감탄하지 않고
추함 앞에서도 찡그리지 않는,
그 맑고 깊은 눈동자처럼.

불생불멸,
태어난 것도 없고 사라진 것도 없다.
직지는 말한다—
가르치지 않으며 가장 분명히 가리킨다고.

직지는 종이가 아니다.
한 글자마다 깨어 있는 바위이며,
소리 없는 울림이다.
쓸 수 없는 것을 찍어낸 침묵의 활자다.

너는 너의 마음자리에 깃들었는가.
이 물음 하나면 족하다.
말하지 말고 존재하라.
그것이 곧,
직지심경이다.

□ 임준빈 작가의 저서 <직지 상ㆍ하>



keyword
작가의 이전글동시 ㅡ 직지 거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