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열 시인의 「까치」를 청람 김왕식 평하다

김왕식


□ 브런치스토리 이종열 시인의 저서








까치



브런치스토리 시인 이종열




폭우 속에 까치가 절박히 운다
하늘이 던진 돌을 맞고 견딘다
주저앉으면 거기가 끝이다
빗속에 이 악물고 날아간다
새 하늘 새날이 열리고
반가운 까치가 정답게 운다
멈추지 않은 덕분이다







폭우 속을 날아가는 의지의 새
—이종열 시인의 「까치」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이종열 시인의 시 「까치」는 단 몇 줄의 간결한 구성 안에 삶의 고통과 극복, 그리고 희망에 이르는 인간 존재의 내밀한 노정을 함축적으로 담아낸 시적 수작이다.
이 시는 언뜻 보아 까치를 노래한 자연시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절박한 현실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의지를 품은 모든 생명, 그중에서도 특히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의 은유이자 메타포이다.

“폭우 속에 까치가 절박히 운다”는 첫 구절은 단순한 자연 묘사가 아니다. 그것은 거센 운명의 소나기를 맞은 인간의 절규이자, 고단한 현실 앞에서 터져 나오는 침묵의 외침이다. 하늘이 던진 돌을 맞고도 견디는 까치의 모습은, 곧 무자비한 시련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으려는 한 인간의 모습을 투영한다.
이종열 시인은 자연의 조형물 하나를 빌려내어 인간 내면의 심리와 처절한 삶의 상황을 직조하는 방식으로, 상징성과 보편성을 동시에 획득하고 있다.

“주저앉으면 거기가 끝이다”라는 구절은 단호한 문장 속에 절체절명의 상황을 응축시킨다. 이는 단지 시 속 까치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현실의 거센 폭우 속에서 고개를 떨구는 모든 이들에게 던지는 시인의 각성이자 경구이다.
시인은 독자에게 말없이 묻는다. ‘당신은 지금 어디에서 주저앉았는가? 혹은 아직 날고 있는가?’

그다음 연에서 “빗속에 이 악물고 날아간다”는 구절은, 고통 속에서도 자기 존재를 밀어 올리는 생의 의지를 상징한다. 이종열 시인의 시가 가진 가장 큰 미덕은 바로 여기에 있다. 삶의 고통을 미화하지도, 감상적으로 묘사하지도 않는다.
그는 폭우를 외면하지 않으며, 까치가 울고 버틴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그러나 힘 있게 드러낸다.

마침내 도달한 종착지, “새 하늘 새날이 열리고 / 반가운 까치가 정답게 운다”는 구절은 고난을 지나온 자만이 만날 수 있는 새벽의 얼굴이다. 까치의 울음이 절박한 비명에서 정다운 인사로 바뀌는 순간, 시인은 말없이 독자에게 믿음을 전한다. 멈추지 않고 버틴 자에게 새 하늘이 열린다고.

마지막 행 “멈추지 않은 덕분이다”는 이 시의 핵심이며, 동시에 시인이 독자에게 건네는 인생의 답장이다. 여기엔 수많은 말이 생략되어 있다. 그러나 그 생략 속의 여백은 오히려 더 큰 울림을 준다.

이종열 시인은 브런치스토리의 작가이자 삶의 현장에 발 딛고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삶의 진실을 말하는 데 주저함이 없는 문인이며, 극단의 절망 속에서도 사람을 향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시정신의 소유자다. 그의 시는 웅변하지 않되 강하고, 장식을 덜어내었으되 깊다.

그의 문학적 미의식은 화려한 언술이 아닌, 삶을 견디는 말의 진심에 있다. 까치 한 마리를 통해 인간 존재 전체를 대변하는 그의 시적 시선은, 삶을 한 폭의 시로 전환시킬 수 있는 문학의 본령에 충실하다.
이종열 시인에게 있어 시는 일상의 통찰이며, 절망을 건너는 다리이고, 또한 다른 이의 어깨를 도닥이는 조용한 손길이다.

「까치」는 그런 그의 철학이 압축된 한 편의 정결한 시요,
삶과 시가 겹쳐지는 고요한 전율의 순간이다.
이 시를 읽는 이는 단지 까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 안의 꺾이지 않는 날개를 다시금 발견하게 된다.
그 날개는, 바로 ‘멈추지 않은 덕분에’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또 다른 이름이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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