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이안수ᐧ강민지 부부를 위한 순례의 기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햇살 속에 피어난 노정의 기도
― 그대, 이안수ᐧ강민지 부부를 위한 순례의 기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어떤 인연은 세월 속에 바래지지 않고,
외려 햇살 아래서 더 투명해진다.
이안수, 그 이름 석 자를 부를 때마다
언젠가 함께 웃던 오후의 찻잔과 바람,
그 속에 피어난 45년 인연의 향이 코끝을 스친다.

그는 늘 돈키호테처럼 바람개비를 향해 달려간다.
세상이 비웃든, 길이 없든, 의미가 모호하든 상관없이
그는 끝끝내 모험을 택한다.
그의 삶은 어린 왕자가 수많은 별들을 건너며
여린 마음 하나로 우주의 진실을 노래하듯
순수의 깃발을 들고 길을 나서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언제나 ‘동행’이 있었다.
아내, 강민지.
그는 ‘바람을 감싸는 사람’이었다.
이안수의 불꽃같은 열정이 바람이라면,
그녀는 그 바람을 품고 가만히 조율하는 바다였다.
그 바다가 잔잔할 때 세상은 '모티프 1'이라는 파주 예술인 마을 헤이리에 안식처를 얻게 되었고,
그 바다가 거세질 때,
그는 그 안에서 쉼을 얻었다.

그러나 이 순례의 노정에서,
그 바다가 쓰러졌다.
세상의 감각이 뒤집히고,
늘 강인하던 그녀가 병의 언덕을 넘어야 했고,
그는 아내의 회복과 함께 안심이라는 병에 걸렸다.
벙크베드의 철망이 감옥처럼 내려다보일 때,
그는 깨달았을 것이다.
진짜 여행은 지도 위에 있지 않고,
누워 있는 하루하루 속에서
깊어지는 마음의 거울 속에 있다는 것을.

세상은 여행자에게 길을 내어주는 법이 없다.
길은 늘 낯설고, 바람은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그의 여정이 다시 시작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내가 먼저, ‘당번 교대하듯’ 조용히 일어섰기 때문이었다.
강인한 사랑은 언제나 그렇게 무언으로 전염된다.

그가 쓰러져 있던 날들 속에,
모든 어머니의 언어가 쌓였다.
“아프지만 마세요.”
“기운 내세요.”
“기도하고 있어요.”
이 익숙한 말들이 얼마나 낯설게 위로가 되었던가.
아마도 그 말들 속에는
그가 살아온 수많은 얼굴들이,
그가 품어온 세계의 온기가 되살아났으리라.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오랜만에 먹은
‘달콤한 독약’ 하나에
삶은 다시 시작된다.
실패인 줄 알았던 날들이
사실은 마음이 우화하는 시간이었음을,
햇살이 비친 식당 창가에서 비로소 깨닫는다.
아픔조차도 노정의 일부였음을,
그는 이제 알고 있다.

그를 찾으러 한국에 오던 세계인들은
이제 그가 걸어가는 길 위에서 그를 만날 것이다.
게스트하우스가 아닌 길 위에서,
책상머리가 아닌 낯선 거리의 노점 앞에서,
그가 품어온 문화, 예술, 사람, 사랑이
다시 그 얼굴로 다가올 것이다.

나는 기도한다.
그들의 회복이 곧 새로운 시詩가 되기를.
그들의 발걸음이 멈추지 않기를.
이안수 ᐧ 강민지라는 이름의 부부가
세상이라는 긴 시 한 편을
아직 다 쓰지 않았기를.

그대들이 가는 길마다
햇살이 길게 드리우고
바람은 노래하며,
사람들은 미소 지으며 맞아주기를.

그 노정이 바로,
‘사랑의 문화 외교’가 되고,
‘예술의 방랑이자 순례’가 되기를.

오늘도 나는
그대들의 소식을 기다리며
마음속 지도를 펴고 있다.
그 위에 적힌 한 줄,
“여기, 살아 있는 시인이 지난다.”□






그대들을 위한 기도
― 이안수·강민지 부부의 순례에





청람 김왕식




지도가 접히는 자리마다
별 하나 내려앉게 하소서
낯선 바람에도 길을 묻지 않고
스스로 길이 되게 하소서

감기 든 햇살이 머문 창가엔
첫눈처럼 다정한 위로를 내리시고
아픔이 머물던 이마 위엔
먼저 빛이 들게 하소서

이마의 땀이 소금이 되지 않게
사랑의 물기로 씻어주소서
두 손 맞잡은 침묵 위에
말 없는 약속이 피어나게 하소서

저물녘 지친 그림자 곁에는
새가 지붕 위에 노래하게 하시고
작은 식탁 위엔
돌아온 입맛만큼 감사가 오르게 하소서

걷는 발걸음마다
모래가 별로 바뀌게 하소서
낯선 이름 부르는 저녁
그 이름 속에도 고향이 깃들게 하소서

지친 날이면
하늘이 먼저 안아주게 하시고
아무도 모르는 깊은 밤
하나님의 숨결이 베개가 되어 주소서

그 노정 끝에 비로소 알게 하소서
오늘도 살아 있음이
한 편의 시라는 것을.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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