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장동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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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사랑, 영혼 깊숙이 새겨진 그리움의 자화상
― 장동석 수필 「아 부모님이 그립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장동석 작가의 수필 「아 부모님이 그립다」는 단순한 회고를 넘어선 깊은 영혼의 진혼곡이며, 인간 존재의 유한성과 가족애의 본질을 응시하는 성찰의 문학이다. 이 글은 단지 부모를 그리워하는 감성에 머물지 않고,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인간 존재의 허무와 존엄을 사유하게 만든다. 그것은 곧 작가가 걸어온 삶의 궤적이자, 세월 속에 쓸려간 효도의 상흔에 대한 기록이며, 내면 깊은 곳의 회한과 속죄가 서늘하게 번지는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다.
작품 속 부모는 ‘人’ 자 모양으로 서로의 삶을 지탱해 온 존재였다. 아버지의 붕괴는 곧 어머니의 무너짐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천붕(天崩)’이라는 거대한 상실감으로 귀결된다. 작가는 이를 통해 부모라는 존재가 단순한 가족의 범주를 넘어, 자신의 정체성과 존재의 기둥이었음을 고백한다. 이 고백은 곧 보편적 인간의 진실이다. 살아 있는 동안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한 장면, 한 목소리, 한 손짓이 이제는 영원히 닿을 수 없는 거리에서 지독한 그리움으로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이 수필의 미학은 기억의 프리즘을 통해 생생히 복원되는 장면들에 있다. 잔디밭에 나와 손을 흔들던 부모의 뒷모습과 흐드러진 개나리, 봄날의 역설적 쓸쓸함이 교차하는 이 장면은 단순한 회상 그 이상이다. 이 봄은 생명과 희망의 계절이지만, 작가에게는 작별과 허망함의 계절이다. 봄의 찬란함과 노부모의 쇠잔함 사이의 대비는, 생과 사의 경계에 선 이들이 겪는 운명적 정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외로움’은 이 글의 또 다른 심층 주제이다. 노년의 부모에게 있어 자식의 방문보다 더 애틋한 것은 친구이자 형제, 동시대를 살아온 이들과의 교류였음을 강조한다. 작가는 부모가 경험했을 외로움을 단지 정서적 차원이 아닌, 한 인간의 존엄한 삶의 마무리를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온기였음을 보여준다.
삶의 철학으로서 “空手來空手去”의 구절은 이 글의 핵심 메시지다. 인간이 아무것도 갖고 오지 않았듯, 결국 아무것도 갖고 가지 못한 채 돌아간다는 사실은, 작가가 부모의 삶을 성찰하며 터득한 삶의 이치다. 그러나 이 철학은 허무주의로 귀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작가는 “모든 것을 초월해 버리고 묵묵히 관조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의 마지막 품격이라 말한다. 이는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연민과 동시에, 죽음을 수용하는 정신적 성숙의 산물이다.
작품 말미에 삽입된 시편은, 산문적 서사의 감정을 절창으로 승화시키는 구조적 미학이다. 산모퉁이에서 울어대는 소쩍새, 하늘에 그려진 붉은 노을, 안개처럼 흩어지는 어머니의 모습은 모두 죽음을 시로 환원시키는 메타포다. 이는 단순한 애도의 언어를 넘어서, 예술적 추모이자 상실에 대한 숭고한 경배이다.
장동석 작가는 이 수필을 통해 삶의 마감이야말로 인간 존재에 대한 최종적 물음임을 말없이 전한다. 그리고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은 오직 사랑과 기억 속에 살아있는 부모의 흔적을 통해 가능한 일임을, 고요하고도 울림 깊은 문장으로 증명한다.
이 수필은 단순한 개인적 그리움의 기록이 아니라, ‘인간은 결국 사랑으로 돌아간다’는 보편적 진실을 담은 절창이다. 눈물로 써 내려간 이 글 한 편이, 독자들 마음속에서도 사무치는 뿌리로 남을 것이다.
ㅡ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