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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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향 머무는 자리
청람
여름 한복판
숨결마저 덥혀진 길
풀잎 아래 숨어 있던
작은 암자 하나 피어난다
평상 위 미풍 한 자락
찻잔은 고요를 담고
향기, 말보다 앞서
그늘 깊숙이 스민다
바람은 차를 흔들지 않고
햇살은 마음을 데우지 않으며
구름은 생각을 덜어낸다
떨어진 찻잎 하나
세상의 무게를 안고 가라앉고
그 위로는 고요가 앉는다
침묵은 언어보다 깊고
향은 시간보다 오래 남아
말을 비워낸 자리마다
부처의 그림자 피어난다
찻물은 흐르되
어디에도 닿지 않는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