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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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이 돌아오는 날
청람 김왕식
검은 연기가
하늘의 빛을 삼켜버린 날,
우리는
숨 쉬는 법을 잊고 있었다
갈라진 땅 위에
비는 내리지 않았고
숲은 말이 없었으며
강은 목이 말랐다
그때,
아무도 보지 않는 틈에서
씨앗 하나
조용히 껍질을 열었다
망가진 토양 속에서도
한 줌의 희망은
뿌리를 내렸다
죽은 줄 알았던 나무의 가지에
연둣빛 잎맥 하나가 돋고
마른하늘에
다시 빗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작은 풀꽃들이
먼지를 뚫고 피어오르고
새들이 길을 찾아 돌아왔다
절망은 멈춤이 아니었다
희망은 거창한 약속이 아니었다
그저,
다시 살아보자는
숨결 하나였다
이제
우리는 깨닫는다
지구는
기적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작은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음을
ㅡ청람
□
이 시는 파괴된 자연이 인간의 책임감과 회복의 의지로 다시 살아나는 장면을 그린 생태 회복시이다.
작은 생명 하나에서 시작된 변화가 전체 생태계를 일으켜 세우는 과정을 통해,
'모든 절망 속에도 희망은 자란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한다.
□ 청람 김왕식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