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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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을 참지 못한 문명
김왕식
무거워서 바퀴를 달았고
걷기 싫어 길을 깔았고
기다리기 싫어 속도를 만들었다
식히기엔 오래 걸려
전자파를 택했고
기억하긴 번거로워
기계를 의존했다
불편은 죄처럼 여겨졌고
편리함은 권리가 되었다
문명은 자라지 않고
누적되었다
불편을 밀어낸 자리에
지구가 숨을 잃었다
불편을 제거할수록
생명이 숨 쉴 공간은 줄어든다.
쉬운 길이 늘어날수록
뿌리는 얕아졌고
버릴수록
남은 것은 늘었다
그 문명은
더 이상 진보가 아니라
면역 없는 속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