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소와 닭이어라
시인 변희자
너와 내가
마주 바라본다
너는 내게
두근거리는 심장을 주고
나는 너에게
몸을 허락한다
너는 심장을 돌리고
나는 숨을 돌린다
하루 종일 마주해도
우리는,
소와 닭일 뿐이어라
■
“선풍기와 인간, 생존을 위한 조용한 공생의 풍경”
―변희자 시인의 삶과 시적 태도를 읽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변희자 시인의 <소와 닭이어라>는 겉보기엔 조금 낯설고 추상적인 시다. 시의 배경과 상징을 알고 보면, 무더운 여름날 선풍기 앞에 앉아 있는 한 인간의 고단한 숨결이 조용히 전해진다.
시의 '너'는 선풍기, '나'는 선풍기 앞에 온몸을 의지하고 있는 사람이다. 시인은 둘의 관계를 단순한 기계와 사용자로 그리지 않고, 마치 살아 있는 두 생명체처럼 마주 앉아 서로의 역할을 다하는 존재로 표현한다. 선풍기는 ‘심장을 돌리고’, 사람은 ‘숨을 돌린다’. 즉, 선풍기의 회전은 곧 인간의 생명을 지탱해 주는 숨결이 되는 셈이다.
시인은 이 생존의 구조를 ‘소와 닭’이라는 상징으로 마무리한다. 둘은 함께 있어도 말이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거리는 무관심이 아니라, 서로의 역할을 인정한 채 공존하는 ‘침묵의 연대’다. 시인은 선풍기와 마주한 자신의 처지를 통해 인간과 도구, 인간과 자연, 인간과 타자 사이의 근본적인 거리감을 절제된 언어로 보여준다.
이 시의 핵심은 바로 ‘공생’과 ‘고독’의 이중성이다. 서로를 필요로 하지만 끝내 서로를 이해할 수는 없는 관계. 그것이 바로 소와 닭처럼, 또 인간과 선풍기처럼, 오늘의 우리 삶이기도 하다.
이처럼 변희자 시인은 짧은 문장 안에 깊은 사유를 담는다. 격한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평범한 일상 속 작은 상황을 통해 우리가 놓치고 있던 삶의 본질을 끌어올린다. 그의 시는 복잡한 설명 없이도, 독자에게 “나는 지금 무엇에 의지해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남긴다.
결국 이 시는 여름날 선풍기 앞에 앉아 있는 한 사람의 조용한 명상이다.
그 속엔 인간의 연약함과 타자에 대한 감사, 그리고 이해 불가능한 관계 속에서도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의 의미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변희자 시인의 <소와 닭이어라>는 일상의 풍경이 어떻게 철학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시다.
쉽게 읽히지만, 오래 머무는 시. 그것이 바로 변희자 시인의 작품 세계다.
ㅡ청람 김왕식
□ 변희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