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 청람 김왕식 동시집 ㅡ<별똥별은 낮에도 흐른다>
말이 아니라 마음으로 쓰인 시
― 청람 김왕식 『별똥별은 낮에도 흐른다』
김기량 (문학평론가)
어떤 시는 소리를 내지 않지만,
마음속에서 아주 또렷하게 울린다.
청람 김왕식의 『별똥별은 낮에도 흐른다』가 그렇다.
이 시집은 동시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어린이를 위한 짧은 시”가 아니다.
이 책의 동시는
어린이의 마음에서 출발해, 어른의 가슴까지 도달하는 시다.
국적과 나이, 언어와 경험을 넘어,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의 언어로 쓰인 시집이다.
청람 김왕식은 이 시집에서
별을 그리고,
눈물을 적고,
침묵을 껴안는다.
그러나 그 모든 표현은
“작고 조용한 진심”에서 나온다.
그의 시에는
목소리를 높이는 대신
작게 속삭이는 힘이 있다.
큰 감정을 말로 설명하지 않고,
짧은 장면 하나로 보여준다.
예를 들어
친구가 혼자 밥을 먹을 때
아무 말 없이 옆에 앉는 아이.
운동회에서 지고도
넘어진 친구를 먼저 일으켜 세우는 손.
가장 천천히 달려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발.
이런 순간들이
이 시집의 곳곳에 흩어져 있다.
그리고 그 조용한 장면들은
누구보다 더 크게, 더 깊이 말한다.
이 책의 시들은
모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보이지 않는 마음,
말하지 못한 감정,
기록되지 않은 존재,
잊힌 이름.
시인은 말한다.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건 아니다.”
시집의 첫머리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별은 낮에도 흐르고 있다.
다만, 마음이 맑은 아이만 볼 수 있을 뿐이다.”
이 구절은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믿음이다.
이 시집은
세상이 보지 못한 것들을
한 편씩 조용히 꺼내어 보여준다.
그리고 독자에게 묻는다.
당신은 그것을 볼 수 있느냐고.
당신도 그런 별똥별 하나를 품고 있지 않느냐고.
『별똥별은 낮에도 흐른다』는
아이의 눈으로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는 시집이자,
어른의 가슴을 다시 따뜻하게 데우는 시집이다.
이 책에는 가르침이 없다.
가르치려는 말 대신,
함께 앉아주는 마음이 있다.
정답을 말하지 않고,
질문을 건네고 기다려주는 시다.
그렇기에 이 시집은
누구에게도 다정하고, 누구에게나 깊다.
청람 김왕식은
시를 쓰는 시인이 아니다.
그는 사라지기 쉬운 마음을 기억해 주는 사람,
세상이 지나쳐버린 감정을 대신 적어주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의 시에는
잘난 말이나 어려운 단어가 없다.
대신, 누구나 겪었지만
차마 말하지 못했던 순간들이 있다.
상처받았던 날,
외로웠던 시간,
혼자 꾹 참았던 울음,
괜찮다고 말해준 눈빛.
그 순간들을
시인은 놓치지 않는다.
120편의 시들은
모두 따로 놀지 않는다.
하나하나가 별이 되어서
서로 이어지고,
마침내 ‘우리 마음의 별자리’를 만든다.
그 별자리는
한 사람만의 것이 아니다.
한국 어린이의 것이면서,
동시에 세계 모든 사람들의 것이다.
이 시집은 한국어로 쓰였지만,
사랑과 다정, 기다림과 용기의 언어로 읽힌다.
그 언어는 모두의 마음에 통한다.
시집의 마지막 시는 이렇게 말한다.
“어떤 별똥별은
하늘이 아니라
마음에서 떨어진다.”
이 시 한 편으로
우리는 김왕식이 왜 시를 쓰는지 알 수 있다.
시인은 하늘만 바라보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을 본다.
그리고 그 마음에서
지나가버릴 뻔한 별 하나를
소중히 꺼내 시로 만든다.
『별똥별은 낮에도 흐른다』는
읽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시집이다.
마음이 조용해질 때,
무심코 한 줄을 읽고 가슴이 뛸 때,
말하지 못한 마음이 떠오를 때,
그 순간 이 시집은
당신의 것이 된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
당신도 눈을 들어 하늘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낮 하늘에도
별이 흐르고 있다는 걸
어렴풋이 느끼게 될 것이다.
그 별은,
아마도 당신 마음에서
조용히 흐르고 있었던 별일지도 모른다.
ㅡ 문학평론가 김기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