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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스스로를 정화하는 방식으로 흐른다ㅡ 청람 김왕식

김왕식







물은 스스로를 정화하는 방식으로 흐른다




청람 김왕식





검은 기름이 흘러들었고

죽은 물고기들이 물 위에 떴고

그 표면은 한동안 햇빛을 밀어냈다

사람들은 말했고

다시는 흐를 수 없다고 했다


물은 멈추지 않았다

더럽혀진 속에서도

더 깊은 곳으로 자신을 이끌었다

혼탁함을 안고

더 조용한 방향으로 내려갔다


물은 스스로를 정화하는 방식으로 흐른다

멈추는 것이 아니라

통과함으로써

맑음을 다시 만들어낸다


지나온 더러움은

기억되지만 남지 않는다

흘러내린 상처는

시간 속에서 희석되고

흙 속에 스며든 탁함조차

다시 뿌리를 적신다


사람은 상처 앞에 멈추지만

물은 상처를 지나며

다시 빛을 품는 온도를 배운다

혼탁함을 견딘 물이

맑음의 근원을 안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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