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
불완전한 나로 살아도 괜찮다는 걸 받아들이는 순간
청람 김왕식
사람은 오래도록
‘더 나은 나’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살아간다.
더 단단해야 하고,
더 지혜로워야 하고,
더 강해져야 한다고.
어느 순간,
모든 걸 다 해보았는데도
마음은 점점 지쳐간다.
이루고도 허기지고,
견뎌도 텅 비어 있다.
그때 비로소,
삶은 조용히 묻는다.
“지금 있는 너로도 괜찮다는 걸
받아들일 수 있겠니?”
그 질문 앞에 선 사람은
처음으로
자기 자신을 온전히 바라보게 된다.
부족함,
흠,
실수,
서툶.
그 모든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부정하지 않고
그저 한 인간의 흔적처럼
조용히 안을 수 있을 때—
삶은 비로소
자기편이 된다.
불완전함은 결함이 아니라
존재의 본질이다.
누구도 완성된 상태로 살아가지 않고,
누구도 완벽한 마음을 유지하지 못한다.
그러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 나은 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버리지 않는 일이다.
칼 융은 말했다.
“자기 수용이야말로
변화의 출발점이다.”
더 나아지려면
먼저 지금의 나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자꾸만 ‘될 수 있었던 나’를 떠올린다.
하지만 현실의 나는
그 모든 가능성보다
훨씬 더 단단한 흔적이다.
실패했고,
망설였고,
주저앉았지만
결국 여기까지 왔다.
그건 강함이 아니라 정직함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보다
더 나를 닮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내가 나를 껴안는 그 순간,
삶은 바뀐다.
더 이상 외면하지 않고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고
더 이상 미루지 않는 순간—
그때 비로소
불안은 사라지고
존재는 중심을 얻는다.
ㅡ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