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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탄 우영수 목사 ㅡ 청람 김왕식

김왕식



□ 우영수 목사님 부부









호랑이 탄 우영수 목사


청람 김왕식




서교동교회 앞,
햇살 드는 작은 카페 한편에서 우영수 원로 목사님 부부를 만났다.
사모님은 단정하고 고요했다. 겸손한 눈빛 속에 길고도 조용한 기도의 결이 스며 있었고, 목사님은 한마디 한마디에 깊은 생애의 울림을 담아 말씀하셨다.
두 분이 마주 앉은 풍경은 마치 오래된 시편의 마지막 장, 삶으로 드린 기도문 같았다.

우 목사님은 말했다.
“교회의 역할은 간단합니다. 필요한 사람 곁을 지켜주는 것, 그게 다예요.”
병든 자 곁에, 상처 입은 자 곁에, 버림받은 자 곁에 서 있는 교회. 그 자리에 무릎 꿇고 울 수 있는 교회가 진짜 교회라 했다.
물질의 풍요가 교회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눈물로 함께하는 곁이 교회를 만든다고 그는 확신했다.

한마디 더했다.
“교회는 가난해야 합니다.”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주변의 모든 소리가 잠시 멎은 듯했다. 가난은 결핍이 아니라, 헛된 부를 거부하는 태도였다.
그는 말했다. 돈이 교회 안에 쌓이는 건 능력이 아니라 무능력의 증거라고. 돈은 흘러야 하고, 흘러야 할 곳은 가난한 이웃이며, 교회가 마이너스가 되어야 하나님 나라가 살아난다고.

실제로
그 부부는 말보다 행동이 먼저였다. 그는 은퇴 후, 수년간 지방 열악한 개척교회를 돕기 위해 발품을 팔았다. 한 푼의 사례도 없이 예배드리고, 격려하고, 위로하고 돌아왔다. 복음을 거래하지 않았고, 사역을 대가로 삼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발자국은 어디를 지나가도 따뜻했고, 그의 이름은 어느 간이 예배당에도 남아 있다.

우 목사님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의 삶은 매 순간 드러났다. 그 곁에는 늘 사모님의 고요한 미소가 함께였다. 말없이 기도하고, 함께 걸으며, 묵묵히 섬긴 그 사모님의 모습은 외려 더 큰 설교처럼 가슴에 와닿았다.

한참이 지나자 목사님은 문득 웃으며 옛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호랑이띠인데요, 어릴 적부터 자주 꿨어요. 호랑이 등에 올라타고 하늘을 나는 꿈을.”
그 꿈처럼, 그는 평생을 호랑이의 기백으로 살아왔다. 교권에도, 세속의 유혹에도 물러서지 않고 정의롭고 담대하게 하나님의 길을 걸어왔다. 말씀이 길을 막아설 때, 그는 비겁함 대신 믿음을 택했다. 그가 걸어온 목회는 마치 하늘을 향해 오르는 호랑이의 등줄기 같았다. 두려움을 넘어선 믿음, 그 고귀한 기백이었다.

우영수 목사님.
그는 살아 있는 예수의 흔적이다.
그는 곁을 지키는 사람이다.
그의 곁은 하나님의 자비였다.
그리고,

그가 탄 호랑이는 결코 땅을 딛지 않는다.
그는 지금도 하늘을 향해 믿음의 날개를 펴고 있다.



호랑이 등에 올라타신 분


어느 오후,
햇살이 창유리에 기도처럼 번지던 카페
한 장의 시편이
차 한 잔 온기에 젖어 있었다

말씀이 아니라
숨결로 전하던 사람
곁을 지킨다는 한 문장
그의 어깨에서 빛났다

교회는
가난해야 한다는 말
부유함을 거부하는 용기의 얼굴
헌금함보다 무릎이 깊어야 한다는 믿음

그는 호랑이띠였다
어릴 적부터
등에 올라 하늘을 나는 꿈을 꿨다 했다
그 꿈이 삶이 되었고
하늘은 그를 기억했다

세속의 길목마다
담대하게 복음을 들고
사례도, 영광도 사양하며
먼 들길로 걸어 나갔다

사모의 고요한 미소는
그가 지나간 자리마다
따뜻한 등불이 되었다
말 없는 설교가 되었다

그는
예수의 옷자락을 입은 자
사람 곁을 지키는 사람
그리고, 마이너스의 거룩을 선택한
하늘의 증인이었다

지금도
그 호랑이는 땅을 딛지 않는다
그는 여전히 하늘을 향해
믿음의 날개를
펼치고 있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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