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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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봉지의 춤
김왕식
길모퉁이 바람에
허술한 몸 하나 흔들린다
가볍다고, 값없다고
사람 손에서 버려진 뒤에도
하늘은 그를 포기하지 않았다
구름처럼 부풀다
깃발처럼 휘날리다
새 날개처럼 퍼덕이며
이름 모를 춤을 춘다
누구의 소유도 아니고
어느 길에도 속하지 않으며
잠시 이곳에 머물렀다가
다른 세상으로 흘러간다
낡은 흰 봉지 하나
오늘, 바람을 따라
세상 가장 자유로운 몸이 되었다
□ 자작 시평
버려짐 속의 자유
'비닐봉지의 춤'은 가장 흔하고 하찮은 존재가 어떻게 삶의 은유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사람들에게 버려진 후에도 바람과 함께 춤추는 비닐봉지는 자유의 상징으로 변모한다. "누구의 소유도 아니고 / 어느 길에도 속하지 않으며"라는 구절은 소속과 구속을 넘어선 해방의 순간을 담는다.
이는 인간 또한 남이 정한 값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유롭게 빛날 수 있음을 일깨운다. 시는 “세상은 거대한 희망보다, 작은 자유의 몸짓에 의해 여전히 흔들린다”는 어록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버려짐은 곧 사라짐이 아니라, 다른 의미로 피어나는 기회임을 비닐봉지는 몸으로 증언한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