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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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람의 마당
청람의 바람은 먼지 묻은 말을 씻기고
새벽 풀잎에 맺힌 이슬처럼
투명한 문장을 하나둘 놓습니다.
이곳에서는 정치의 깃발도, 종교의 울타리도
모두 내려두고
햇빛 같은 시어만 조심스레 펼칩니다.
문학은 번쩍이는 칼이 아니라
지친 손을 잡아주는 따뜻한 손바닥,
눈물을 닦아주는 하얀 손수건입니다.
외로운 이에게는 시가
작은 등불이 되어 길을 밝히고
허기진 마음에게는
한 그릇 국밥처럼 힘을 건넵니다.
청람의 마당에는
봄날의 꽃잎 같은 문장이 흩날리고
아이의 웃음 같은 위트가
햇살처럼 번져갑니다.
유머는 슬픔을 녹이는 작은 방울,
눈부신 하루 끝에서 울리는
은빛 종소리입니다.
사랑 없는 글은
메마른 돌처럼 무겁고 쓸쓸하니
청람의 글은 언제나
사랑을 씨앗처럼 심어
가만히 마음밭에 피워냅니다.
순수는 바다의 빛깔과 같아
깊어질수록 더 투명해지는 푸른 울림,
그 울림이 청람의 길을 지켜줍니다.
누군가는 세상이 각박하다 하여
문학을 사치라 말하지만
이 글방에 앉아 있노라면
가난한 이도 마음만은 부자로 웃습니다.
문학은 결국 사람을 살리는 숨결,
그 숨결을 나누는 일이
저희의 가장 큰 기쁨입니다.
그러니 청람의 길은 단순합니다.
꽃 한 송이처럼, 바람 한 줄기처럼,
순수와 아름다움,
그 두 글자로 세상을 밝히고자 합니다.
ㅡ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