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적신 눈물 ㅡ 청람 김왕식

김왕식






새벽을 적신 눈물


김왕식




신새벽의 버스가 달린다
창밖은 아직 풀빛을 삼키지 못한 어둠

좌석마다 고단한 어깨들이
고개를 떨군 채 흔들린다

스마트폰 불빛은
작은 별처럼 흩뿌려져 있고

머리 희끗한 한 사내
유리창 너머에 시선을 걸어둔다

그의 눈동자에
어느 결의 상실이 스며들어

성애 낀 창 위로
눈물이 한 줄기 강이 된다

정지용의 '유리창'이

겹쳐 오르고
여윈 자식의 그림자가 서성인다

얼어붙은 슬픔은
녹는 순간 더욱 아프게 스며들고

살아 있는 듯,

곧 사라지는
얼굴 하나가 흐릿하게 번진다

그 사내의 눈물이
풀잎 끝에 매달린 이슬방울 되어

새벽빛에 영롱히 떨린다

버스는 삶의 골짜기를 달리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무게를 안고

흔들린다

졸음 사이사이
짧은 꿈들이 흩날리고

숨은 한숨처럼
좌석 틈새에서 잦아든다

눈물 속에도
한 줌의 빛은 길을 찾아오고

사내의 가슴 깊은 곳에서
사라진 이름이 다시 불려 나온다

유리창 너머 아침이 밝아오고
그의 눈빛엔

아직 꺼지지 않은 사랑이 남아 있다

그 사랑이 있어
오늘도 버스는 쉼 없이 달린다

삶은
무너져도 다시 일어서는

힘을 얻는다






이 시는 신새벽 버스 속의 풍경을 배경으로, 소시민들의 고단한 일상과 그 속에 숨어 있는 비극적 감정을 서정적 서사로 엮어낸 작품이다.

졸음에 겨운 사람들, 스마트폰 불빛, 그리고 창밖을 응시하는 희끗한 머리의 중년은 단순한 장면이 아니라 시대의 초상을 담는다.

특히 중년의 눈빛과 눈물은 정지용의 시 '유리창'을 환기시키며, 자식을 여읜 비애가 삶의 한 순간에도 얼마나 깊이 스며 있는가를 보여준다. 성애 낀 유리창은 차가움과 단절의 상징이지만, 동시에 녹아내리는 순간 사라지는 얼굴처럼 기억과 사랑의 덧없음을 드러낸다.

이때 눈물은 단순한 슬픔의 표지가 아니라, 풀잎 끝 이슬방울처럼 빛을 품은 메타포로 변환된다. 고통 속에서도 남아 있는 생명과 희망을 암시하는 것이다. 버스는 흔들리며 달리지만, 이는 곧 삶의 여정과 겹쳐져 “흔들려도 앞으로 나아가는” 인간 존재의 은유로 확장된다.


결국 이 시는 상실과 슬픔을 노래하면서도, 사랑이야말로 삶을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임을 강조한다. 사라진 얼굴을 향한 애도 속에서도, 아침의 빛처럼 남은 사랑은 꺼지지 않고 이어지며, 이는 곧 삶의 이유로 전환된다.

따라서 이 시는 정지용의 비극적 이미지와 겹치되, 그 속에 소시민의 삶과 사랑의 존엄을 새롭게 일깨우는 현대적 변주라 할 수 있다.


ㅡ문학평론가 김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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