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달걀프라이 한 장의 위로
청람 김왕식
아침 식탁에 달걀프라이가 놓였다.
반들거리는 노른자가 햇살처럼 웃는다. 그 앞에서 괜히 마음이 풀린다. 삶이 고단해도, 이 한 장의 노란 빛깔이 허기를 덜어준다.
달걀 하나가 세상을 바꾸진 못한다.
그러나 허한 속을 채우고, 쓸쓸한 마음에 온기를 준다. 사람도 그렇다. 대단한 말이 아니라 작은 웃음, 손길 하나가 지친 마음을 일으킨다.
한때는 반숙이 좋았다. 젓가락으로 톡 터뜨리면 흘러내리는 노른자가 인생의 향락 같았다. 시간이 흐르자 완숙을 찾게 된다. 기름에 지글거리며 단단히 굳은 모양새가 안정감을 준다. 세월은 입맛을 바꾸고, 마음도 같이 굳힌다. 단단함 속에도 맛은 있다. 고단한 세월의 맛이다.
달걀을 굽다 보면 기름이 튀고, 노른자가 깨져 모양이 흐트러지기도 한다. 꼭 우리 인생 같다. 계획대로 예쁘게 구워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버릴 필요는 없다. 비뚤어진 대로, 깨진 대로 먹어도 맛은 있다. 외려 더 진하다.
나는 오늘도 식탁 앞에 앉아 달걀프라이를 바라본다. 거기에 어머니의 손길, 아내의 웃음, 혼자 사는 이의 고요까지 겹쳐진다. 한 장의 달걀프라이는 말이 없지만, 가장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삶은 거창한 대답이 아니라, 작게 나누는 한 조각의 위로다.”
누군가는 오늘도 속이 답답하고, 어디 하소연할 데 없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것이다. 그럴 때 달걀 하나 깨뜨려 구워 보라. 노란 원이 지친 마음을 덮어줄 것이다. 세상은 거창하지 않은 데서 다시 살아난다.
ㅡ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