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바느질 소리

김왕식






어머니의 바느질 소리





밤이 깊으면, 방 안은 고요했으나 한 구석에서는 바늘 소리가 났다. “슥, 슥.” 천을 뚫고 실이 오가며 내는 소리였다. 어린 나는 그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들곤 했다. 어머니의 바느질은 단순히 옷을 고치는 일이 아니라, 가족의 하루를 꿰매어 잇는 작업이었다.

낡은 셔츠에 새 단추를 달고, 터진 바지 무릎에 천 조각을 덧대는 동안, 어머니는 말이 없었다. 그러나 그 침묵이야말로 가장 긴 대화였다. 바늘 끝이 천을 통과할 때마다, 어머니의 마음이 가족에게 건네졌다. 실이 옷을 꿰맨 것이 아니라, 지친 삶을 이어 붙인 것이었다.

생각해 보면 바느질은 참 묘하다. 앞뒤로 찔러야만 매듭이 생긴다. 인생도 그렇다. 아픈 순간과 기쁜 순간이 엇갈려야 비로소 삶은 단단해진다. 바늘이 찌르지 않으면 꿰매어지지 않듯, 고통 없는 삶은 결국 허술하다. 어머니는 바느질로 내게 그 이치를 일찍이 가르쳐 주셨던 셈이다.

그러나 가슴이 먹먹해지다가도 웃음이 난다. 바느질 도중 실이 엉키면 어머니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놈의 실은 꼭 내 성격을 닮았어.” 그러고는 잠시 바늘을 내려놓고 초를 켜 실을 다듬었다. 그 모습은 진지하면서도滑稽했다. 엉킨 실마디 앞에서 체념과 위트가 동시에 피어났으니, 그 장면 하나로도 삶을 버티는 지혜가 느껴졌다.

이제는 기계로 옷을 쉽게 고칠 수 있고, 값싼 옷은 버리고 새로 사는 게 더 빠르다. 그래서 바느질 소리는 집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러나 나는 가끔 밤에 귀 기울이면, 여전히 귓가에서 그 “슥, 슥”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실이 바늘귀를 빠져나가며 만든 작은 마찰음, 그 소리가 내 마음의 빈틈을 꿰매어 준다.

어머니의 바느질 소리는 단순히 옷을 고친 게 아니었다. 찢어진 세월을 꿰매고, 흩어진 마음을 매만졌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 소리는 삶의 교향곡 중 가장 소박하면서도 깊은 선율이었다. 나는 문득 깨닫는다. 삶은 화려한 옷감이 아니라, 어머니가 밤마다 꿰맨 바느질 소리에서 더욱 따뜻해진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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