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도인은 ㅡ 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참 도인은






산은 묵묵히 서 있으나, 그 안에서 도를 닦는 이들의 길은 언제나 분명하다. 진정한 도인은 세상 밖의 화려한 이름을 좇지 않고, 스스로의 본래 얼굴을 아는 데서 출발한다. 자기가 누구인지 모른 채 아무리 깊은 산중에서 수십 년을 지낸들, 그것은 고요한 수행이 아니라 또 다른 방황일 뿐이다.

도를 닦는다는 것은 남보다 더 큰 깨달음을 얻기 위한 경쟁이 아니다. 세상과 맞서 특별한 힘을 얻는 일도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허상과 가면을 벗겨내고, 남의 눈으로 덧칠된 나가 아닌, 본래의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다. 도인은 자기가 누구인지를 안다. 자신의 장점과 단점, 욕망과 한계, 빛과 그림자를 함께 아는 것이다. 자신을 알 때만이 산의 고요가 마음의 고요로 스며든다.

자기를 아는 것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다. 글로 배운 이론이나, 타인의 가르침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다. 그것은 끊임없는 성찰과 마주함 속에서 온다. 도인은 새벽의 이슬에 젖은 풀잎을 보며 자신의 욕망을 비추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보며 자신의 흔들림을 깨닫는다. 고요히 흐르는 계곡물은, 도인에게 자기 마음의 흐름을 알려주는 거울이 된다. 산은 스승이 되고, 나무는 벗이 되며, 바람은 가르침이 된다. 그러나 그 모든 가르침의 마지막 자리는 결국 자기 자신에게 있다.

자기를 모르는 자는 세상과 다투고, 남과 비교하며, 끊임없이 흔들린다. 그러나 자기를 아는 자는 세상에 흔들리지 않는다. 명예와 권력의 바람이 스쳐도, 그저 바람일 뿐임을 안다. 가난과 외로움이 찾아와도, 그것이 본래 삶의 한 모습임을 받아들인다. 자기 자신을 아는 자에게는 두려움도, 허영도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한다.

진정한 도인은 자기 이름 앞에 붙는 온갖 수식어를 내려놓는다. 시인, 학자, 스승, 제자의 이름조차도 허상일 뿐임을 안다. 그는 단지 한 인간으로, 한 존재로 서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 단순함 속에 가장 깊은 진리가 있다. 도인은 나를 아는 데서 하늘을 알고, 나를 아는 데서 만물을 안다.

산속에서 도를 닦는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비밀이 아니다. 자기가 누구인지 아는 일, 그것이 전부다. 세상의 소란을 피해 이 산에 들어왔다면, 이제는 자기 안의 소란을 마주해야 한다. 자기를 속이지 않고, 자기를 온전히 받아들일 때, 비로소 산은 내 안에 깃들고, 도는 내 삶이 된다.

진정한 도인은 자기가 누군지를 안다. 그것은 세상 모든 수행의 끝이자 시작이다.


ㅡ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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