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되어 ㅡ 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바람 되어

저물녘 언덕에 내려앉은 어둠은
눈물처럼 번지는 별빛을 품는다
남겨진 발자국 위로 흘러내리는 바람은
사랑의 노래를 되울려 보내며 사라진다

꽃잎은 흩어져도 향기는 남고
지워진 자리마다 추억은 새겨진다
서로의 이름 불러주던 순간은
영원의 강물이 되어 흐른다

죽음은 끝이 아니다
닫힌 문 너머에 열리는 창과 같다
잠시 가려진 얼굴,

빛은 여전히 남아
우리의 마음을 밝혀준다

눈을 감으면 바람은 목소리가 되고
손을 내밀면 허공은 따뜻한 체온이 된다
이별은 우리를 갈라놓지 못한다
사랑은 더 깊이 우리를 묶는다

나는 바람이 되어 네 곁을 맴돌고
너는 빛이 되어 나의 어둠을 비춘다
죽음조차 끊지 못한 길 위에서
우리의 노래는 지지 않는 별빛처럼 번져간다


ㅡ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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