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음악, 커피, 시집 한 권 ㅡ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아침, 음악, 커피, 시집 한 권





일요일 아침, 세상은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 창밖의 바람은 나뭇잎을 건드리며 서걱대고, 창 안의 시간은 고요하게 흐른다. 바쁜 한 주를 건너온 내게 주어진 이 여유는 선물처럼 다가온다.

쇼팽이 은은히 깔리는 그 틈새, 커피 향이 가만히 공간을 채운다. 클래식의 건반은 시간의 이음매를 부드럽게 감싸고, 향긋한 커피는 기억 깊은 곳의 온기를 끌어올린다.


순간,

어제 읽다 잠든 시집이 눈에 들어온다. 테이블 위에 포개진 시집 한 권. 시인이 던져준 한 줄 문장이, 오늘의 고요 속에서 다시 빛을 낸다. 무심히 넘긴 책장이 문득 내 마음을 붙잡는다.

삶은 종종 이런 순간을 통해 회복된다. 거창하지 않다. 누군가의 연설도, 큰 사건도 아니다. 단지 음악 한 곡, 커피 한 잔, 그리고 시 한 줄이면 충분할 때가 있다. 내면이 조용히 반응하고, 침묵 속에서 새로운 울림이 피어난다. 우리가 진짜로 필요한 건, 어쩌면 이렇게 작고 사적인 시간인지도 모른다.

그날의 시집 속 문장은 어쩌면 나를 위해 쓰인 것이었을까.


"그대, 잊지 말라. 꽃은 스스로 피어나지만, 누군가의 기다림 속에 더 아름답다."


그런 문장이 있었다. 마음 한편이 따뜻해지고, 시인의 고백이 나의 삶과 맞닿는다. 무심했던 하루가 의미를 얻는 순간이다.

음악은 흐른다.
커피는 식어가지만, 그 향은 여운으로 남는다. 시집은 천천히 책장을 넘기고, 나는 아무 말 없이 그 시간을 받아들인다. 누군가를 만나지 않아도, 어딘가를 가지 않아도,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내가 온전히 나와 함께하는 시간이다.

이런 날, 삶은 더 이상 거칠지 않다. 따스하게 흐르는 감성의 결 위에 나를 맡기고 싶어진다. 쇼팽의 선율과 시인의 숨결이 만난 자리에서, 비로소 고요해진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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