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람의 글쓰기 방법론과 그 예시글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청람의 글쓰기 방법론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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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글은 살아 있는 육체다. 숨을 쉬고, 무게를 견디며, 시간 속에서 오래 버티는 존재다. 글을 쓸 때 가장 먼저 지켜야 할 것은 화려한 장식이 아니라 문장의 뼈대다. 주어와 서술어, 목적어가 똑바로 서야 한다. 이 세 가지가 곧 문장의 척추이며, 척추가 휘면 글은 곧장 무너진다. 군더더기 수식어나 접속부사가 첨가되면 글은 한순간에 흐려지고, 무게를 잃는다. 좋은 글은 뼈대만으로도 단단하다.

단단한 뼈대만으로는 부족하다.

글은 반드시 구체적 묘사로 살아나야 한다. 풍경을 그릴 때, 바람이 불었다는 추상적 진술보다 바람이 어떤 소리를 내며, 어떤 냄새를 몰고 왔는지를 써야 한다. 인물의 감정을 표현할 때도 마찬가지다. “슬펐다”라고 말하지 말고, 눈꺼풀 아래로 번지는 핏줄, 손가락이 떨리는 모양을 그려야 한다. 글은 감탄이 아니라 사실을 통해 독자의 심장을 흔든다.

글은 또한 답을 서두르지 않아야 한다.

글이란 독자를 특정한 결론으로 몰아가는 것이 아니라, 여운 속에 멈추게 하는 것이다. 열린 끝은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사유하게 하고, 글의 생명을 연장시킨다. 결론을 내리는 글은 순간에 머무르지만, 결론을 닫지 않은 글은 시대를 건너 살아남는다.

문장의 길이는 단조롭지 않아야 한다.

짧은 문장은 칼날처럼 날카롭고, 긴 문장은 강물처럼 사유를 끌고 간다. 짧음과 김이 교차할 때, 글은 리듬을 얻고, 독자는 호흡을 잃지 않는다. 모든 문장이 같은 길이를 가지면 글은 기계음처럼 들린다. 그러나 길고 짧음이 어울리면 음악이 된다.

언어는 체험을 바탕으로 한다.

직접 살아보지 않은 말, 땀과 체온이 스며들지 않은 단어는 독자에게 닿지 않는다. 상투적인 관념어나 현학적 언어는 글을 빛내지 못한다. 글은 살아 있는 사람의 몸에서 나온 소리여야 한다. 그래서 글은 언제나 흙냄새를 품고 있어야 하며, 고통과 기쁨을 동시에 견뎌야 한다.

무엇보다 글은 사람의 몸과 삶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 역사를 말하더라도, 시대를 논하더라도, 결국 그것은 사람의 몸을 통과해야 한다. 전쟁의 기록은 포연의 냄새와 병사의 신음으로 드러나야 하고, 가난의 기록은 굶주린 위장의 고통으로 써야 한다. 글은 인간을 벗어나면 공허해진다.

문장은 또한 삶의 무게를 감당해야 한다.

한 줄이 가볍게 흩어져서는 안 된다. 문장은 바위처럼 서서 세월의 비바람을 견뎌야 한다. 읽는 순간은 짧아도, 읽고 난 후 오랫동안 독자의 가슴에 눌러앉아야 한다. 그런 문장은 흩어지지 않고, 삶의 기록으로 남는다.

글은 언제나 시대와 맞닿아야 한다.

개인의 체험은 결국 시대의 풍경 속에서 태어난다. 아무리 사소한 장면을 묘사하더라도, 그 안에 시대의 바람이 스며 있어야 한다. 벽돌 하나에도 도시의 역사와 권력의 흔적이 남아 있고, 풀잎 하나에도 세월의 눈물이 스며 있다. 글이 시대와 단절될 때, 글은 낡은 유물로 전락한다. 그러나 시대와 맞닿은 글은 세월이 흘러도 다시 읽힌다.

요컨대 좋은 글은 간결하고, 명료하며, 구체적이어야 한다. 추상과 미사는 덜어내고, 체험과 시대를 담아야 한다. 그것은 화려한 언어가 아니라, 절제된 문장 속에서 더 큰 울림을 낳는다. 글은 결국 인간의 증언이며, 시대의 기록이다. 이 원칙을 지키는 글은 비록 소박해 보여도 오래 살아남는다.


ㅡ청람



□■ 이론을 바탕으로 한 예시 글



버려진 골목에서



벽돌담은 비에 젖어 얼룩이 졌다.

담벼락 틈새엔 초록빛 이끼가 피어 있었고, 비바람에 벗겨진 시멘트 가루가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골목 어귀에는 오래된 전봇대가 삐딱하게 서 있었는데, 낡은 전선들이 덩굴처럼 얽혀 있었다. 바람이 스치자 전선은 낮은 울음을 냈다.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골목은 오래전 이곳을 오가던 사람들의 몸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 손수레가 지나간 흔적은 바닥의 아스팔트를 깊게 패게 했고, 어린아이들이 남긴 분필 그림은 희미한 가루만 남겨 바람에 흩날렸다. 낡은 창틀엔 누군가 붙여놓은 전단지가 바래서 글씨가 거의 지워졌다. “월세, 보증금 없음”이라는 단어만 간신히 남아 있었다.

쓰레기봉투 하나가 담벼락에 기대어 있었고, 그 옆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발톱으로 봉투를 찢고 있었다. 봉투 속에서 흘러나온 국물은 바닥의 흙먼지를 적셨다. 악취가 퍼졌지만, 골목은 그 냄새조차 오래된 삶의 일부처럼 담담히 품고 있었다.

나는 골목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신발 밑창이 바닥의 모래를 밟아 사각거렸다. 작은 소리였지만, 그 소리조차 골목 안에서는 크게 울렸다. 오래된 좁은 공간은 작은 소리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골목의 한쪽 벽에는 붉은 페인트로 쓰인 문장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희망을 버리지 마라.” 누가, 언제, 왜 쓴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지워진 글씨의 흔적이 여전히 붉게 남아 있어, 골목을 지나가는 이에게 보이지 않는 손짓처럼 다가왔다.

이 골목은 한때 북적였을 것이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장사꾼의 목청이 가득했을 것이다. 지금은 침묵이 모든 소리를 삼켰다. 빈집의 창문은 어둠만을 머금고 있었고, 녹슨 자물쇠는 열릴 기미조차 없었다.

나는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슬픔이라고 쓰지 않았고, 절망이라고 쓰지 않았다. 다만 얼룩진 담벼락과 패인 바닥, 고양이의 발톱 소리와 지워진 글씨만 적었다. 그 기록만으로도 삶의 무게가 드러났다. 이 골목은 사람의 체온이 사라졌어도, 그 체온이 남긴 상흔을 지우지 않고 있었다.

골목은 침묵하고 있었다.

그 침묵은 결론을 닫지 않았다. 독자가 스스로 묻도록 남겨두었다. 이 골목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 골목을 지나온 삶은 어디로 흘러갔는가.

지금, 이 글을 읽는 이의 발밑에도 언젠가 이런 골목이 남게 되지 않을까.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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