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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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셋
시인 청강 허태기
검푸른 하늘
여명黎明 물든 동녘
별 셋 삼각자를 그린다
저 별은
희망, 꿈, 사랑
가슴으로 새겨본다
짙어가는 여명 속에
희망과 꿈, 사랑으로 남아
별 하나 반짝인다
어둠 걷힌 하늘
사랑의 별, 이윽고
빛과 하나 되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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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태기 시인의 시
ㅡ 별 셋, 삶의 지향으로 빚은 노래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허태기 시인의 「별 셋」은 단순한 우주의 풍경 묘사를 넘어, 인간이 살아가는 길 위에서 지향해야 할 가치들을 은유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시인은 검푸른 하늘과 여명黎明이라는 배경 속에 세 개의 별을 그려내면서, 그것을 ‘희망, 꿈, 사랑’이라 명명命名한다.
이 명명은 자연 풍경의 객관적 묘사를 넘어선, 주관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삶의 철학적 해석이라 할 수 있다. 즉, 별은 단순히 밤하늘의 광휘가 아니라, 인간 존재가 어둠을 견디고 나아가기 위해 붙드는 근원적 지표다.
첫 연에서의 “검푸른 하늘, 여명 물든 동녘”은 시간적 전환의 순간을 포착한다. 어둠과 빛이 교차하는 경계에서 시인은 별 셋을 삼각형의 구도로 배치한다. 이 삼각자는 단순한 기하학적 형상이 아니라, 인간 삶의 안정과 균형을 상징한다. 희망, 꿈, 사랑이라는 세 축은 마치 삶을 지탱하는 좌표와도 같으며, 시인은 이를 하늘의 별빛으로 새겨 넣는다.
둘째 연에서 시인은 “가슴으로 새겨본다”라 적는다. 별빛은 외부의 광휘이지만, 그것을 가슴으로 옮겨내는 순간 내면의 가치로 승화된다. 이 구절은 허태기 시인의 작품세계가 단순한 외경적 자연 묘사에 머물지 않고, 언제나 내면의 성찰과 가치의 내재화를 지향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자연과 인간, 외부와 내부가 교차하며 상호 투영되는 구조가 그의 시정신이다.
셋째 연의 “짙어가는 여명 속에 / 희망과 꿈, 사랑으로 남아 / 별 하나 반짝인다”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가치의 응축을 보여준다. 여명 속에서 별은 차츰 사라지지만, 시인은 그것이 단절이 아니라 응축과 선택임을 말한다. 셋이던 별이 하나로 남는다는 것은 가치의 소멸이 아니라, 희망·꿈·사랑이 결국 ‘하나의 본질’로 귀결됨을 시사한다. 이 하나의 별은 인간이 지닌 영원한 빛, 즉 궁극적 사랑의 원리로 읽힌다.
마지막 연에서 “사랑의 별, 이윽고 빛과 하나 되어 사라진다”는 구절은 종말과 소멸이 아니라 합일의 경지를 노래한다. 별이 사라진 것은 빛 속으로 흡수되었기 때문이며, 이는 죽음이 곧 소멸이 아니라 새로운 존재 방식으로 전환됨을 은유한다. 이 지점에서 허태기 시인의 삶의 가치철학이 드러난다. 그는 인생의 끝자락을 허무로 보지 않고, 사랑이라는 본질과 빛의 세계 속에서 통합과 화해로 바라본다.
작품 전체를 통해 드러나는 허태기 시인의 문학적 미의식은 두 가지다. 첫째, 자연을 매개로 한 내적 가치의 형상화이다. 그는 하늘과 별, 여명 같은 자연의 풍경을 빌어 인간의 지향을 그려낸다. 둘째, 소멸을 통한 초월의 미학이다. 별이 사라지는 것은 부정이 아니라 완성이다. 이러한 시적 구조는 죽음마저도 삶의 연속적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시인의 성숙한 존재 인식을 드러낸다.
「별 셋」은 결국 허태기 시인의 삶의 철학을 압축한 시라 할 수 있다. 희망과 꿈을 잃지 않으면서도, 그 모든 것이 사랑으로 수렴된다는 믿음. 그리고 사랑은 개인의 소유가 아니라 빛과 합일되어 사라질 때 비로소 완전해진다는 깨달음. 시인은 그것을 별의 궤적에 투영해 우리에게 건넨다.
이 시를 읽는 독자는 단순한 하늘의 장관을 떠올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외려 삶의 노정 속에서 붙잡아야 할 좌표, 끝내 하나로 남을 본질이 무엇인지를 깊이 되새기게 된다. 허태기 시인의 언어는 소박하되 그 속에 담긴 철학은 장중하다. 「별 셋」은 그의 시 세계가 지향하는 궁극의 가치, 사랑을 통한 존재의 완성을 응축한 맑은 은유라 하겠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