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스토리 작가 시인 하린의 '가을바람' ㅡ청람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가을바람


브런치스토리 작가 시인 하린




흩날리는 낙엽의 속삭임은
가을바람을 타고
여기저기 붉게 만들어 날아다니다
내 마음속에 살며시 자리를 잡았다.

기다림 없이 다가와 흔들어 놓고
조용히 숨죽여
마음껏 기다리게 만들어
더욱더 애태우게 만들고선
그 자리에 서서 고개를 들지 못하게 한다.

하염없이 바라보며
눈물을 훔치며
언제 지나갈지 몰라 조마조마한 마음에도
바람은 여전히 내 머리칼 사이로 스며든다.

바람처럼 다가온 당신의 미소가
내 마음속 낙엽을 살짝 흔들고
남겨진 공기 속에
조용히 흔적을 남긴다.

나는 그 흔적을 따라
가만히 눈을 감고
이미 지난 시간,
하지만 아직 내 안에 남아 있는
모든 순간들을 떠올린다

바람은 멀리 떠나가지만
그 안에 담긴 향기와 온기는
내 안에서 천천히 흩날리며
조용히 나를 흔들고,
가만히 웃게 만든다

그리고 나는 알게 된다
떠나간 시간 속에도
바람은 늘 스쳐지나
당신의 향기와 기억을 남긴다는 것을
그리움조차도
이 바람 속에서
조용히 머물 수 있다는 것을.








가을바람에 깃든 그리움의 철학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하린 시인의 '가을바람'은 계절의 바람을 매개로 하여 기억과 그리움, 그리고 인간의 내면적 흔들림을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시 속에서 바람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떠나간 시간과 사랑하는 이의 흔적을 실어 나르는 매개체로 기능하고 있도다. 바람이 낙엽을 흩날리듯, 시인은 마음속에 남겨진 그리움의 조각들을 불러내어 독자에게 다가오게 한다.

첫 연에서 “흩날리는 낙엽의 속삭임”은 바람과 낙엽의 교감을 시각과 청각의 이미지로 동시에 형상화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가을 풍경 묘사가 아니라, 외부의 자연이 시인의 내면으로 스며드는 순간을 보여준다. 낙엽은 떨어짐의 상징이며, 바람은 그 떨어짐을 삶 속으로 끌어들이는 존재로, 결국 인간의 감정은 계절적 자연과 하나로 이어진다는 미의식을 드러내는 것이다.

둘째 연에서 “기다림 없이 다가와 흔들어 놓고 / 조용히 숨죽여 / 마음껏 기다리게 만든다”는 표현은 바람의 변덕스러움과 사랑의 덧없음을 겹쳐 보여준다. 여기에는 시인이 바라보는 삶의 가치철학이 담겨 있다. 삶은 언제나 예기치 않게 다가와 마음을 흔들고, 기다림과 그리움 속에서 인간은 스스로 성찰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고통을 부정하지 않고, 기다림과 애틋함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긍정적 태도라 할 수 있다.

셋째 연의 “눈물을 훔치며 / 언제 지나갈지 몰라 조마조마한 마음”은 인간의 불안과 연약함을 솔직히 드러내지만, 여전히 바람은 머리칼 사이로 스며드는 생생한 이미지로 그려진다. 이는 고통과 불안 속에서도 여전히 삶은 이어지고, 바람처럼 스며드는 순간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인식을 전한다.

넷째 연과 다섯째 연에서 “바람처럼 다가온 당신의 미소”와 “그 흔적을 따라 가만히 눈을 감고”라는 구절은 시인의 미적 태도를 드러낸다. 바람은 흔적을 남기고, 그 흔적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기억 속에 머무른다. 이는 무상 속에서 영원을 길어 올리는 시적 태도이며, 시인의 미의식이 단순한 현상 묘사에 머무르지 않고 존재의 의미를 붙잡으려는 철학적 사유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고결하다.

마지막 연은 이 시 전체의 주제를 응축한다. “떠나간 시간 속에도 / 바람은 늘 스쳐지나 / 당신의 향기와 기억을 남긴다”는 구절은 시간의 흐름과 상실을 긍정적으로 전환하는 시인의 통찰을 보여준다. 그리움조차 바람 속에서 머물 수 있음을 인식하는 순간, 상실은 단절이 아니라 새로운 연결이 된다. 하린 시인의 삶의 가치철학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떠남과 무상 속에서도 인간은 여전히 향기와 온기를 간직할 수 있고, 그것이 곧 삶을 지탱하는 힘이라는 깨달음이다.

이처럼 '가을바람'은 계절의 이미지 속에 인간 존재의 덧없음과 그리움의 지속을 담아내며, 미의식과 철학을 조화롭게 엮어낸 작품이라 하겠다. 시인은 바람의 흔적을 통해 인간의 삶 또한 끊임없이 흔들리지만, 그 흔들림 속에서 더 깊은 의미를 찾을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결국 하린 시인의 시는 무상 속의 지속, 상실 속의 온기, 흔들림 속의 의미라는 가치철학을 품고 있으며, 그 담담한 미학은 독자에게 오래도록 잔잔한 울림을 남긴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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