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아버지의 지게
아버지의 지게는
또 하나의 척추였다.
등에 걸린 순간
아버지는 땅과 맞닿은 기둥이 되었다.
멍에는 어깨뼈에 새겨진 글씨,
삶의 무게가 새겨놓은 이름표였다.
발자국마다
지게는 집을 세웠고
가족은 그 지붕 아래서 숨 쉬었다.
아버지의 침묵은
못처럼 깊었고
그 침묵이야말로
가족을 떠받친 기도였다.
밤이면 지게는 벽에 기대었으나
아버지의 허리는 여전히
그 그림자를 지고 있었다.
우린 몰랐다.
굽은 등판이
세상의 언덕을 대신 버텨냈음을.
나무였던 지게는
아버지의 등에 닿아
심장이 되었다.
나는 이제 안다.
그 무거움이야말로
우리 집의 가장 가벼운 웃음이었다는 것을.
ㅡ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