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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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삼 아버지 춘식이
청람 김왕식
머슴살이로 젊음을 태운 사내
그의 꿈은 단순했다
이름 새긴 흙덩이
서너 마지기 땅 한 모퉁이
피 묻은 쟁기질
땀 젖은 논둑 위에
겨우 얻은 조각난 밭
그 밭에서
밥보다 먼저 책을 건네
아들을 농고로 보냈다
재기의 굴레를 끊고자 했다
경운기의 굉음은
아버지의 심장이었고
트랙터의 바퀴는
가난을 짓밟는 바큇살이었다
굽은 등에 새겨진 상처는
결국 마을을 일으킨 자취
사람들은 그를 이장이라 불렀고
존경의 눈길을 보냈다
세월은 그 땅 위에
고층 아파트를 세웠으나
아버지의 피와 땀은
여전히 흙 속에서 숨 쉬었다
큰돈을 손에 쥔 날
그는 허허 웃었다
“내 가진 건 다 빚 갚는 마음이여.”
장학금으로 흘러간 돈
그것은 또 다른 씨앗이 되어
아이들의 내일을 키웠다
머슴으로 시작된 삶
마을의 교과서로 남았다
ㅡ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