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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다듬어야 빛이 난다 ㅡ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말은 다듬어야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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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석은 그냥 돌처럼 보이지만, 정성껏 다듬으면 보석이 된다. 말도 그렇다. 다듬지 않은 말은 투박한 돌 같아 쉽게 흩어지고 상처를 줄 수 있다. 한 번 더 고르고, 불필요한 모서리를 깎아내고, 맥락을 따라 정제한 말은 빛을 낸다. 말은 다듬어야 빛이 난다.

말은 악기와도 같다. 줄을 맞추지 않은 바이올린은 아무리 열정적으로 연주해도 불협화음을 낸다. 조율된 줄은 작은 손길에도 아름다운 선율을 만든다. 마찬가지로 다듬지 않은 말은 듣는 이를 불편하게 하지만, 다듬어진 말은 음악처럼 울려 퍼진다. 결국 다듬음이 곧 조율이다.

말을 다듬는다는 것은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세련되게 만드는 기술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마음을 가라앉히는 일이다. 급하게 던진 말은 거칠지만, 마음을 잠시 다스린 뒤에 한 말은 단정하다. 다듬음은 언어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

건축에서도 다듬음은 필수다. 아무리 훌륭한 설계라도 다듬지 않은 돌을 그대로 쌓으면 건물이 삐걱거린다. 말을 다듬는 과정은 삶의 건축과 같다. 문장 하나하나를 고르게 놓아야 관계라는 집이 무너지지 않는다. 다듬지 않은 말은 벽돌의 틈처럼 금세 금이 가고, 다듬어진 말은 튼튼한 아치처럼 오래 버틴다.

별빛도 다듬음의 결과다. 우주의 먼지와 가스가 오랜 시간 압축되고 다듬어져야 별은 빛을 낸다. 말도 그렇다. 순간의 감정이라는 먼지를 그냥 내보내면 어둡지만, 침묵과 성찰 속에서 걸러낸 말은 별빛처럼 환하다. 다듬어지지 않은 말은 어둠이고, 다듬어진 말은 빛이다.

오래 남은 말은 대부분 다듬어진 말이었다. 고전의 문장, 성현의 언어, 지도자의 연설은 순간의 흥분이 아니라 오랜 다듬음 속에서 나왔다. 그 말들이 세월을 건너 여전히 빛나는 이유는, 돌처럼 다듬어져 보석이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에서도 다듬음은 필요하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친구 사이에서 우리는 매일 수많은 말을 한다. 말하기 전 잠시 멈추어 다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인생은 다르다. 다듬어진 말은 관계를 빛나게 하고, 다듬지 않은 말은 관계를 흐리게 한다.

말을 다듬는다는 것은 거짓으로 꾸미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거짓은 아무리 다듬어도 결국 드러난다. 진심을 바탕으로 불필요한 가시를 제거하는 것, 그 과정이 다듬음이다. 다듬어진 진심은 보석이 되고, 다듬어지지 않은 진심은 돌멩이에 그친다.

ㅡ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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