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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도문학회 ㅡ문학평론가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이어도문학회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1. 이어도 문학회의 설립 배경과 목적


이어도 문학회(회장 이희국 시인)는 2012년 1월 27일 설립된 비영리 문학 단체로, 대한민국의 해양 주권 의식과 이어도에 대한 문화적 인식을 높이고 이를 문학적으로 계승·확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해양 영토 이어도의 가치를 문학적으로 널리 알리고, 미래지향적 의미를 발굴한다”는 슬로건 아래, 이어도를 단순한 수중 암초가 아닌 ‘영혼의 섬’으로 해석하며 문학적 상징화 작업을 이어왔다.

이어도는 물리적 실재로는 바닷속에 잠긴 암초이지만, 제주 어민 사회와 신화 전승 속에서는 오랫동안 그리움과 귀환, 희망과 생명의 장소로 기억되어 왔다. 이어도 문학회는 이 상징을 문학적 언어로 다시 불러내어, 민족적 정체성과 보편적 인간 정신을 동시에 담아내는 창작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이어도는 바닷속에 잠긴 섬이자, 오랜 전설과 신화, 그리고 한국인의 집단 무의식이 응집된 장소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섬, 그러나 수많은 어부들의 꿈결과 민족의 서사 속에서 생생히 살아온 이어도는 단순한 지리적 존재를 넘어선 정신적 상징이다. 이어도 문학회는 바로 이 정신적 자산을 문학적 언어로 다시 불러내고, 우리 시대의 감각으로 새롭게 해석하기 위해 창립되었다. 바다는 국경을 가르고도 이어주는 매개이고, 이어도는 그 중심에서 잊힌 기억을 깨우며 새로운 공동체의 희망을 잇는 원형적 장소다. 문학회는 이러한 이어도의 상징성을 발굴하고, 문학을 통해 그것을 현실의 삶과 접목하여 미래적 비전으로 확장시키는 일을 사명으로 삼고 있다.

해마다 이어도 문학회는 전국의 시인, 작가, 평론가들을 모아 공모전을 열고, 시대적 감각과 철학적 깊이를 함께 지닌 작품을 선정해 시상한다. 대상, 금상, 은상으로 이어지는 각 수상작은 단순히 한 편의 뛰어난 작품이라는 차원을 넘어, 이어도가 오늘날 어떤 의미로 재해석될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지적 성과물이다. 이번 심사 과정에서도 그 전통은 이어졌으며, 당선작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어도의 본질을 새롭게 밝혀냈다.



2. 대상 수상작 ― 권천학 시인의 「대한민국 바다」와 「희망의 섬 이어도」


권천학 시인은 바다를 민족적 정체성과 인류 보편의 희망으로 동시에 끌어올렸다. 「대한민국 바다」는 동해·서해·남해를 각각 ‘힘·노동·그리움’으로 구분하며, 단순한 풍경을 넘어 민족적 삶의 근원을 바다에 투영한다. 이는 바다가 곧 삶의 터전이자 도전의 무대임을 보여주는 철학적 성찰이다.

이어지는 「희망의 섬 이어도」는 그 서정을 신화적 차원으로 확대한다. 선녀, 청동의 종, 승풍파랑의 이미지들이 교차하며 이어도를 초월적 공간으로 빚어낸다.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이라는 구절은, 이어도를 단순한 영토적 기호가 아니라 인류 전체의 이상향으로 끌어올린다.

심사위원단은 이 두 작품이 개별적으로도 완결성을 지니지만, 함께 읽을 때 장편서사시에 가까운 울림을 형성한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온몸을 다해 써 내려간 대작의 힘, 민족적 정체성과 세계적 보편성을 동시에 드러낸 스케일이 대상 수상의 당위성을 확보했다. 아쉬운 점이라면 이미지의 풍성함 속에 압축의 미학이 다소 희석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조차도 작품의 장엄함을 강화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3. 금상 수상작 ― 배진성 시인의 「노인성이 유숙하는 섬」과 「이어주는 섬, 이어도」


배진성 시인의 두 작품은 ‘확장과 응축’이라는 상반된 미학이 한 축에서 만나며 이어도를 입체적으로 재해석한다. 「노인성이 유숙하는 섬」은 “서귀포는 어디라도 문만 열면 태평양”이라는 장대한 오프닝으로 시작해, 방사능 오염수, 플라스틱 쓰레기, 북극곰의 신음 등 현실적 기표들을 신화적 장치와 결합한다. 노인성, 설문대할망, 서천꽃밭이 교직되며, 이어도가 ‘성소이자 치유의 공간’으로 부상한다. 바다=어머니라는 동일화는 자연을 소유가 아니라 돌봄과 간호의 윤리로 재배치하며, 미래 세대의 책임 의식을 각성시킨다.

반면 「이어주는 섬, 이어도」는 극도로 절제된 언어로 존재의 본질을 응축한다. “섬—징검다리—발자국—가슴속 이어도”로 이어지는 반복은 섬을 외부가 아닌 내면의 지형으로 환치한다. ‘이어도=이어주는 섬’이라는 결정적 전환은, 고립의 은유였던 섬을 관계와 연대의 상징으로 바꾸어낸다.

심사위원단은 두 작품이 각각 서사적 확장과 미니멀한 응축을 통해 서로를 보완하며, 이어도를 ‘윤리·관계·성소’의 삼중 프레임으로 정립했다고 평가하였다. 금상 수상의 당위는 명백했다. 다만 「이어주는 섬, 이어도」의 간결성이 이미지 스펙트럼을 다소 제한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지적되었다.



4. 은상 수상작 ― 황성구 시인의 「푸른 약속, 사람의 섬」과 「이어도 그 푸른 묵음」



황성구 시인은 이어도를 인간의 목소리와 기억 속에서 다시 태어나는 존재로 그려냈다. 「푸른 약속, 사람의 섬」은 “사람의 목소리가 모여 섬이 되었다”라는 구절에서 집약되듯, 이어도를 공동체적 목소리와 약속이 빚어낸 섬으로 규정한다. 이는 이어도를 인간적 연대의 산물로 재해석한 탁월한 관점이다.

「이어도 그 푸른 묵음」은 이어도를 부재와 침묵 속에서 더욱 빛나는 영적 공간으로 제시한다. “부재 속에서 솟구쳐 오르는 봉우리 / 물 위에는 없으나 물아래에서 더 높이 빛난다”라는 대목은 이어도를 신념과 기억의 성전으로 끌어올린다. 두 작품은 목소리와 침묵, 존재와 부재라는 상반된 축을 통해 이어도의 시적 지평을 확장시켰다.

은상 수상의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주제의식이 명확하고 언어가 정제되어 있으며, 두 작품이 함께 장편적 울림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높은 완성도를 입증했다. 아쉬움은 결말부가 다소 직선적으로 주제를 정리하여 여백의 긴장을 다소 줄였다는 점이다.



5. 은상 수상작 ― 고길선 시인의 「이어 이어 이어도하라」와 「아방의 이어도」



고길선 시인은 제주어와 지역적 서사를 적극 활용해 이어도의 정체성을 가장 생활 속 언어로 풀어냈다. 「이어 이어 이어도하라」는 해녀와 아방, 어멍의 삶을 통해 이어도를 ‘진혼과 위무의 공간’으로 제시한다. 테왁과 빙세기, 빗창 등 토착적 기호들이 그대로 살아나, 섬이 곧 삶이고, 삶이 곧 기도임을 웅변한다.

「아방의 이어도」는 아버지와 어머니, 낭군의 삶과 죽음을 교차시키며 이어도를 ‘애절한 기억의 섬’으로 형상화한다. 잃어버린 생애의 파편, 슬픔과 그리움의 무게가 이어도에 겹겹이 쌓인다.

심사위원단은 두 작품이 토착어와 생활 서사를 통해 이어도를 가장 구체적이고도 정서적인 차원으로 불러낸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은상 수상의 당위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 아쉬움은 상징의 겹이 과밀하여 독해의 호흡이 순간 무거워지는 대목이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는 작품의 진정성과 결을 해치지 않는다.


6. 이어도 문학회의 의의와 앞으로의 비전


이번 이어도 문학상 당선작들은 각기 다른 미학과 언어를 통해 이어도를 새롭게 빚어냈다. 어떤 작품은 신화와 생태 윤리를 교직하여 성소로 만들었고, 또 다른 작품은 목소리와 침묵을 통해 공동체적 기억의 섬으로 세웠으며, 또 어떤 작품은 토착 언어와 생활의 뿌리에서 진혼의 공간으로 소환했다.

이 성취들은 단순히 개인적 영예에 머물지 않는다. 이어도 문학회는 바다와 섬, 그리고 인간의 삶을 아우르는 보편적 주제를 세계 문학의 장으로 확장할 가능성을 품고 있다. 대상·금상·은상을 수상한 작가들은 모두 각기 다른 목소리로 이어도의 정체성을 재해석했으며, 이 다양성은 문학회의 가장 큰 자산이자 미래적 비전이다.

앞으로 이어도 문학회는 한국 해양문학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하며, 이어도를 통해 민족적 정체성과 인류 보편적 희망을 동시에 탐구하는 문학적 장을 확장할 것이다. 이는 단순한 지역 문학의 차원을 넘어, 세계적 문학 담론 속에서 한국 문학의 위상을 높이는 길이 될 것이다.

이어도 문학회의 당선작들은 바다와 이어도의 신비를 시대적 과제와 철학적 깊이 속에서 다시 태어나게 했다. 권천학의 장대한 서사, 배진성의 확장과 응축, 황성구의 목소리와 침묵, 고길선의 토착성과 진혼은 각각 다른 언어로 같은 바다를 노래했다. 이는 이어도 문학회의 존재 이유를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으며, 한국 문학이 바다를 통해 열어갈 새로운 지평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라 하겠다.


ㅡ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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