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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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밥 감나무
마당 귀퉁이 감나무
붉은빛 다 털리고도
끝내 몇 알 남겨둔 가지 끝
사람은 손 내밀다 멈추고
새들 차지라 말없이 물러난다
첫눈 내린 아침
까치가 날개 접고 내려와
꽁꽁 언 대지 위에서
그 붉은 한 알에 생을 건다
허기진 겨울을 견디는 힘,
사람의 인심이 아니라
나무의 배려, 계절의 약속
비워낸 자리마다 바람이 쉬고
까치의 부리마다 겨울이 녹는다
남겨두는 것도 나눔이라는 걸
까치밥 감나무가
오늘도 조용히 가르쳐준다
ㅡ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