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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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비 송頌
굴비 명장 정명수
한 줌의 소금과
서해의 바람이
긴 세월을 엮어낸 생명
명장의 손끝에서
다시 빛나는 이름
영광굴비
조상의 맥을 잇듯
두 아들, 손자에게
묵직한 전통을 물려준다
그 이름은 단순한 생선이 아니라
가문의 시간
바다의 기록
민족의 기억이다
청소부의 손에도
대통령의 식탁에도 오르는 굴비
인맥이 끈끈히 이어지듯
사람과 사람을 묶어내는 매개
그 고운 인연의 실마리가
바다의 빛깔에서 길어 올려진다
굴비는 생선의 조강지처라 했다
평생 곁에 있어도
질리지 않는 맛
소박하면서도 변치 않는 정
그 깊이는
어머니의 손맛과 같고
조국의 흙냄새와도 닮아 있다
영광굴비는
민족의 밥상 위에 오른
작은 왕관
선물의 제왕이라 불려도
부끄럽지 않은 영광
그 살결엔 바다의 숨결이
그 향기엔 고향의 눈물이 배어 있다
세월이 흘러
지구가 다하는 날까지도
굴비의 명성은 이어지리라
바다와 사람을 잇는 다리
한 조각 생선이 아니라
역사의 결을 품은 노래
영원히 질리지 않는 이름
영광굴비
그 명성은
파도와 함께 출렁이며
세대에서 세대로
끝없이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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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비 명장의 혼이 담긴 시 '굴비 송頌'을 읽고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전남 영광의 굴비 명장 정명수 작가의 시 '굴비 송頌'은 단순히 한 지역 특산물을 예찬하는 차원을 넘어, 한 인간의 삶과 철학, 세대를 이어가는 예술적 의지를 담은 작품이다.
이 시는 바다와 소금, 시간이라는 원초적 재료 속에서 인간의 손끝과 정신이 어떻게 전통을 계승하고 가치를 확장하는지를 보여준다. 그 속에는 작가의 삶의 궤적과 더불어 민족적 정체성까지 담겨 있다.
정명수 명장은 평생을 굴비와 함께 살아왔다. 바다의 물결과 어민의 땀방울, 세월의 염분을 함께 겪어내며, 굴비를 단순한 먹거리가 아닌 삶의 상징으로 끌어올렸다. 그의 철학은 명품을 만들어내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가문과 후손에게 물려주어 지속 가능한 전통을 세우려는 데 있다.
이 시에서 굴비는 단순한 생선이 아니라 ‘가문의 시간, 바다의 기록, 민족의 기억’으로 확장된다.
이것은 곧 작가가 지닌 삶의 가치관을 드러낸다. 즉, 한 명장의 손끝은 한 지역의 생업을 넘어 민족의 자산을 빚어낸다는 신념이다.
이 시의 미학적 힘은 구체와 상징의 교차에 있다. ‘한 줌의 소금과 서해의 바람’이라는 사실적 표현은 곧바로 ‘민족의 기억’, ‘역사의 결’이라는 보편적 은유로 확장된다. 현실의 굴비가 역사와 전통, 공동체적 정체성을 담아내는 시적 메타포로 승화된 것이다.
또한 굴비를 ‘생선의 조강지처’라 명명하며 평생 질리지 않는 맛을 인간관계의 충실함과 포용력에 비유한 점은, 단순한 미각의 경험을 삶의 윤리와 정서로 끌어올린 독창적 미의식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곧 소박하지만 변치 않는 진정성을 미학의 중심에 둔 작가의 태도를 반영한다.
작품 속 굴비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상징물이다. 조상의 맥을 이어 두 아들과 손자에게 전통을 물려주려는 대목은 단순히 가족사를 넘어, 지역 사회와 민족의 정체성을 계승하려는 선언처럼 읽힌다. 굴비가 청소부의 손에도, 대통령의 식탁에도 오르는 이미지 또한 사회적 평등성과 보편성을 드러낸다.
곧 굴비는 계층과 신분을 초월하여, 모두를 연결하는 매개체가 된다. 이는 명장이 바라보는 전통의 본질이 단순한 기술 계승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삶의 연대임을 시적으로 보여준다.
시의 결말에서 굴비는 ‘작은 왕관’, ‘역사의 결을 품은 노래’로 불린다. 이는 생선이라는 구체적 사물이, 상징적 차원에서 민족 문화의 영원성으로 고양된 것이다.
특히 ‘세월이 흘러 지구가 다하는 날까지도’라는 대목은 작가의 생명철학을 넘어 우주적 차원의 영속성을 드러낸다. 한 지역 명장의 손끝에서 시작된 굴비가, 결국 인류적 유산으로 노래되는 것이다.
이는 정명수 명장이 지닌 예술가적 자의식과 더불어, 인간 존재가 남겨야 할 흔적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준다.
'굴비 송頌'은 단순한 예찬시가 아니라, 삶과 전통,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압축한 문학적 기록이다. 바다와 소금, 시간과 기술이 빚어낸 굴비를 통해, 작가는 노동의 존엄과 전통의 계승, 공동체의 기억을 노래한다. 이 시의 미학적 힘은 서해의 바람과 같은 구체적 이미지에서 출발하여, 민족과 역사라는 보편의 차원으로 확장되는 데 있다.
결국 이 작품은 정명수 명장이 굴비를 통해 살아온 삶의 철학, 곧 소박하되 진실하고, 뿌리 깊되 널리 퍼지는 가치를 웅변한다. 그 철학은 단지 굴비라는 생선에 한정되지 않고, 인간이 삶과 전통을 대하는 태도로까지 확장된다.
굴비를 노래한 이 시는 전남 영광이라는 지역의 특수성을 넘어, 한 인간이 자신의 삶을 통해 발견한 보편적 진실을 담아낸다. 소금과 바람, 시간이 빚은 굴비처럼, 이 시 또한 세월을 견디며 독자에게 삶의 진정한 풍미와 철학적 울림을 전한다.
정명수 명장의 혼이 깃든 이 시는 곧 노동과 전통, 기억의 문학적 승화라 할 것이다.
ㅡ 청람 김왕식
□ 대한민국 영광굴비 명장 정명수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