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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 같은 사랑 ㅡ청람 김왕식

김왕식







기적 같은 사랑





사랑은 기적 같은 일이다. 수많은 인연이 스쳐 가는 삶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똑같이 좋아해 주는 일은 흔치 않다. 세상에는 편도선처럼 한쪽만 부풀어 오른 감정이 차고 넘치지만, 서로의 마음이 정밀하게 맞닿는 순간은 드물다. 일방적인 마음은 흔하되, 두 마음이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흐르는 일은 오히려 예외에 가깝다. 그래서 사랑은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특별한 사건으로 다가온다.

어쩌면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호감을 느끼고, 수없이 설레는 시선을 주고받는다. 그러나 그 대부분은 허공으로 흩어지고 만다. 상대가 느끼지 못하거나, 혹은 다르게 생각하거나, 혹은 용기가 부족하여 말로 전해지지 못하고 지나간다. 그 가운데 간혹, 정말 드물게, 서로의 마음이 정확히 같은 자리에 머무를 때가 있다. 두 눈빛이 마주친 순간, 서로의 미소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 그때의 떨림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하나의 기적이다.

그러나 기적은 언제나 오래 머물러주지 않는다. 기적을 기적으로 남기기 위해서는 마음의 다짐과 끊임없는 지킴이 필요하다. 흔히 사람들은 사랑을 ‘찾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진짜 사랑은 ‘찾는 것’이 아니라 ‘지켜내는 것’이다. 불시에 찾아온 설렘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으나, 그것을 오래도록 이어가려면 서로의 다른 점을 품을 줄 아는 너그러움과,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인내가 필요하다. 마치 불꽃이 활활 타오를 때는 누구나 따뜻함을 느끼지만, 그 불꽃이 꺼지지 않게 장작을 모으고, 바람을 막아야만 온기를 지켜낼 수 있는 것과 같다.

사랑을 만나게 된 사람은 그 기적을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그것은 단순한 행운이 아니라, 삶이 허락한 가장 큰 선물이기 때문이다. 기적을 놓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서로를 향한 마음을 소홀히 하는 순간, 그 소중한 인연은 흩어져 버리고, 다시는 붙잡을 수 없는 바람처럼 멀어질 수도 있다.

진짜 사랑은 두 사람이 함께 쌓아 올린 시간 속에서 빛난다.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기쁨을 나누고, 때로는 갈등을 통해 더 단단해진다. 그 과정은 쉽지 않다. 그러나 그런 과정을 거듭하면서 두 사람의 마음은 더욱 깊어지고, 그리하여 처음의 기적은 일상의 기적으로 변모한다. 매일 아침 눈을 뜨고 마주하는 얼굴이 여전히 설레는 이유, 매일 저녁 같은 길을 걸어도 또다시 행복해지는 이유는 바로 그 사랑이 지켜졌기 때문이다.

사랑은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끝내 지켜내는 것이다. 순간의 기적을 영원한 선물로 바꾸는 힘은 오직 지켜내려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그리하여 사랑은, 삶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빛나는 기적이자, 동시에 가장 숭고한 과제다.


ㅡ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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