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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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기도
청람 김왕식
발자국이 지나간 자리마다
흙은 조용히 그 자국을 감싼다
무겁게 짓밟힌 자리에서도
향기를 남긴다
떨어진 잎, 부서진 가지,
모두 흙의 품에 안긴다
죽음은 흙에게 돌아가는 말
그 말속에서 생이 움튼다
비가 스며들면
흙은 기도를 시작한다
묵은 뿌리에게 물을 주고
잠든 씨앗을 깨운다
세상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흙은 가장 높이 숨을 쉰다
그 숨결이 하늘을 밀어 올린다
ㅡ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