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맨발로 황톳길을 걷는다.

가을 문턱이다. 매미도 잠잠하다




가을

문턱이다.


이젠

그토록

목놓아 울던

매미도

잠잠하다.







장마는 이렇게 끝이 나나 보다.

갑자기

소나기가 내린다.


사람들

허둥댄다.


이전까지는

장마철의 비에게서

무거움을 느꼈지만,


지금

이 비는 다르게 느껴진다.


마치

장마철이

끝난 것을 축하하듯,

청량하다.


이 비는 이제 부담스럽지 않다.

오히려

반갑다.

도로를 걷는 사람 중

한 명이

눈에 든다.


그는 우산도 들지 않고,

온몸으로 비를 맞고 있다.


얼굴에는

밝은 미소가 번져 있다.


비를 맞으면서,

아마도

그의 머릿속에는

막걸리 한 잔이

스쳤을지도 모른다.

상황과 환경에 따라

우리의 감정과 반응은

참으로 다양하다.


어제의 비가

부담스러웠다면,


오늘의 비는

기쁨으로 느껴진다.


우리 마음의

묘한 변화와 대처 방식은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르다.


우리의 감정은

그렇게

변한다.





비를

맞으며


맨발로

황톳길을


밟는

감각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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