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맨발로 황톳길을 걷는다.
가을 문턱이다. 매미도 잠잠하다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Aug 22. 2023
가을
문턱이다.
이젠
그토록
목놓아 울던
매미도
잠잠하다.
ㅡ
장마는 이렇게 끝이 나나 보다.
갑자기
소나기가 내린다.
사람들
허둥댄다.
이전까지는
장마철의 비에게서
무거움을 느꼈지만,
지금
이 비는 다르게 느껴진다.
마치
장마철이
끝난 것을 축하하듯,
청량하다.
이 비는 이제 부담스럽지 않다.
오히려
반갑다.
도로를 걷는 사람 중
한 명이
눈에 든다.
그는 우산도 들지 않고,
온몸으로 비를 맞고 있다.
얼굴에는
밝은 미소가 번져 있다.
비를 맞으면서,
아마도
그의 머릿속에는
막걸리 한 잔이
스쳤을지도 모른다.
상황과 환경에 따라
우리의 감정과 반응은
참으로 다양하다.
어제의 비가
부담스러웠다면,
오늘의 비는
기쁨으로 느껴진다.
우리 마음의
묘한 변화와 대처 방식은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르다.
우리의 감정은
그렇게
변한다.
ㅡ
비를
맞으며
맨발로
황톳길을
밟는
감각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