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근원 ㅡ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마음의 근원

― ‘번뇌’는 어디서 오는가





사람의 마음은 고요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언제나 작은 파도가 일고 있다.
그 파도는 바깥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 안에서 스스로 일어난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 지나간 기억 하나가 불씨가 되어
순식간에 감정의 파도를 일으킨다.
그 파도의 근원은 언제나 ‘나’라는 생각에 있다.
‘나는 옳다’, ‘나는 다르다’, ‘나는 상처받았다’는 마음이
고통의 씨앗이 되어 번뇌를 낳는다.

번뇌는 외부의 사건이 아니라 마음이 만들어낸 그림자다.
누군가가 나를 미워해서 괴로운 것이 아니라,
그 미움을 받아들이는 나의 반응이 괴로움을 만든다.
따라서 마음공부의 시작은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비추어보는 일이다.
그 비춤이 깊어질수록 세상은 자연스레 고요해진다.

사람은 생각으로 세상을 본다.
생각이 흐리면 세상도 흐리고, 생각이 맑으면 세상도 맑다.
앎을 쌓는 공부가 아니라, 생각을 덜어내는 공부가 필요하다.
그 덜어냄의 핵심은 ‘멈춤’이다.
무엇을 더하려 하지 않고,
잠시 스스로의 요동을 멈추는 일.
그때 마음은 거울처럼 맑아지고,
사물은 본래의 모습을 드러낸다.

멈춤은 쉽지 않다.
마음은 끊임없이 생각을 만들고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것이 번뇌의 고리다.
그 고리를 끊는 길은 단 하나, ‘지켜보는 눈’을 여는 것이다.
좋다거나 나쁘다는 판단 없이
그저 생각이 일어나는 자신을 바라보는 일.
바라보는 순간 생각은 힘을 잃고,
마음의 작용은 스스로 가라앉는다.

진정한 평온은 무(無)의 자리에서 온다.
무는 공허가 아니라 생명의 근원이다.
그곳에는 비교도, 시비도, 두려움도 없다.
그곳에서 마음은 이미 완전하다.
인간은 그 완전함을 잊고
늘 ‘부족함’을 좇는다.
부족함이 욕망을 낳고, 욕망이 번뇌를 만든다.
평온은 얻는 데 있지 않고, 잃어버림 속에서 피어난다.

마음의 병은 없애려 애쓴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그 병이 실은 허상임을 깨달을 때
비로소 치유가 시작된다.
억누르지 않고, 회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일,
그것이 고통을 녹이는 첫걸음이다.
고요는 억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비워낼 때 스스로 찾아온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지만,
마음의 본성은 언제나 고요하다.
그 본성을 믿고 그곳에 머무는 법을 배울 때,
번뇌의 실체가 드러난다.
번뇌는 없애야 할 적이 아니라,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
그 거울을 피하지 말고 마주하라.
그 안에서 마음은 성장하고,
삶은 조금씩 빛을 되찾는다.

마음이란 바다와 같아서
파도를 없애려 하면 외려 더 거세진다.
바다가 스스로 물임을 아는 순간,
파도는 고요히 잦아든다.
고요는 멀리 있지 않다.


지금 숨 쉬는 그 자리,
그 한순간이 이미 평온의 시작이다.
번뇌를 없애려 하지 말고,
그저 번뇌를 비추어보라.
그 비춤 속에서 마음은 스스로 맑아지고,
그 맑음이 곧 평화의 빛이 된다.


ㅡ청람 김왕식






ㅡ청람 김왕식

keyword
작가의 이전글머무르지 않아도, 진심은 남는다.ㅡ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