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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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의 언덕
― 마음의 파도 다스리기
마음은 바다와 같다.
바람이 불면 파도가 일고, 바람이 멈추면 잔잔해진다.
파도를 없애려 애쓰는 사람은 결국 바다를 어지럽힌다.
파도를 다스리는 길은 그저 바람이 멈추기를 기다리는 일,
그 기다림 속에서 마음은 서서히 고요를 배운다.
누구나 분노와 슬픔, 질투와 불안 속에서 흔들린다.
그 감정들은 나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일부다.
문제는 감정을 없애려 하거나, 그것에 휘둘리는 데 있다.
감정은 억누를수록 더 깊이 스며들고,
붙잡을수록 더 거세게 요동친다.
따라서 가장 지혜로운 방법은 ‘그저 바라보는 것’이다.
좋다고도, 나쁘다고도 하지 않고
감정이 스스로 지나가도록 내버려 두는 일.
그 순간 마음은 이미 고요의 언덕으로 향한다.
분노가 일어날 때, 그것을 억누르지 말고 지켜보라.
분노의 열기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 살펴보라.
그 뿌리는 대개 두려움이다.
사랑받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
존중받지 못할까 하는 불안이 분노의 불씨가 된다.
그 두려움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때,
분노는 조용히 사라진다.
감정을 관찰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따뜻하게 이해하는 일이다.
슬픔 또한 마찬가지다.
잃음에서 오는 슬픔은 삶이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깊은 질문이다.
그 질문을 피하지 말고 들어주라.
눈물이 흐를 때는 울어야 한다.
그러나 울음이 끝나면, 그 자리에 고요가 온다.
그 고요는 단순한 정적이 아니라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마음의 넓음이다.
그 넓음이 바로 평화의 시작이다.
마음의 파도는 없앨 수 없지만, 파도 위에 서 있을 수는 있다.
감정을 억제하지 않고, 그것에 휩쓸리지도 않는 자세.
그 중심을 잡는 순간, 바다 전체가 하나의 호흡처럼 느껴진다.
그 호흡 속에서 삶은 다시 부드러워지고,
우리는 비로소 자신과 화해한다.
고요는 멀리 있지 않다.
소란스러운 도시 한가운데서도,
작은 숨결 하나에 고요는 깃들 수 있다.
마음을 바꾸려 하지 말고,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보라.
바라봄이 곧 치유다.
무엇을 없애야 평화가 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평화는 찾아온다.
감정이 일어나는 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다.
그 감정조차 품을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온전한 인간이 된다.
마음의 파도를 다스린다는 것은
파도 위에서 춤추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그 춤은 억제가 아니라 자유다.
감정을 다스린다는 것은, 결국 자신을 사랑하는 또 다른 이름이다.
고요의 언덕은 마음 안에 있다.
그곳에서는 어떤 바람도 두렵지 않다.
파도는 여전히 일지만,
그 소리를 아름답게 들을 줄 아는 마음이 자란다.
그 마음이야말로 세상의 풍파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진정한 평화다.
ㅡ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