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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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의 손등
외할머니의 손등은
어릴 적 내 마음이 처음 붙잡았던 산이었다.
주름마다 세월이 걸어 다니고
핏줄 사이로 바람과 햇살이 잦아들었다.
할머니가 밥상 앞에 조용히 앉아
손등을 상 위에 올려놓으면
그 자리만은 늘 고요하고 따뜻해졌다.
젓가락을 드는 손끝은
늘 조심스러웠다.
자기보다 남의 그릇을 먼저 살피고
자기 입보다 어린 우리 입을 먼저 챙겼다.
그 손등으로 내 뺨을 쓸어내리던 밤이면
살결은 거칠었지만
그 거침 속에 스며 있던 사랑은
이 세상 어떤 부드러움보다 더 따사로웠다.
난 늘 그 손등이
하늘이 내게 준 이불 같았다.
서럽던 날도, 지치던 날도
그 손이 내 머리를 한 번 쓰다듬으면
마음의 흙먼지가 조용히 가라앉았다.
지금 와 생각해 보면
할머니의 손등은
어떤 시보다 깊고,
어떤 기도보다 길고,
어떤 사랑보다 다정한
내 첫 번째 성경책이었다.
그 손등 위에
우리 집의 지난날이 놓여 있었고
나의 오늘도 거기서 시작되었다.
지금도 문득 마음이 춥다 싶은 날이면
나는 할머니 손등을 떠올린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세상이 천천히 따뜻해진다.
ㅡ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