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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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허락하는 순간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꾸며 세상 앞에 선다.
조금 더 나은 말투, 더 단정한 표정, 더 멋져 보이는 삶을 꿈꾼다.
처음엔 그것이 성장이라 믿었다.
돌이켜보면,
그건 종종 나 자신을 숨기기 위한 방패였음을 깨닫게 된다.
남에게 잘 보이려는 노력 속에서
정작 내 마음은 얼마나 지쳐 있었던가.
사람들의 기준에 맞추려 애쓰는 동안,
나는 내 얼굴을 잃고, 내 목소리를 잃었다.
진짜 매력은 꾸밈이 아니라 허락에서 비롯된다.
세상이 내게 허락해 주기를 기다리며 살던 날들은 길었다.
인정받기 위해 애썼고, 사랑받기 위해 변장했다.
인생의 어느 순간,
누군가의 칭찬도, 화려한 자리도,
내 마음의 허기를 채워주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된다.
그때 비로소 알게 된다.
가장 깊은 평화는 누군가의 인정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괜찮다”라고 말할 때 찾아온다는 것을.
자신을 허락하는 사람은 외모보다 표정이 따뜻하다.
그의 걸음에는 불안이 없고, 말에는 억지가 없다.
그는 타인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 믿음이 바로 자신감의 첫 씨앗이다.
자신을 허락한다는 것은
부족함을 인정하는 동시에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그 순간, 사람은 비로소 자신과 화해한다.
진짜 자신감은 큰 목소리가 아니다.
조용히 자신을 믿는 마음,
실패해도 괜찮다는 온기에서 피어난다.
우리가 외로울 때 필요한 건 위로가 아니다.
스스로에게 내리는 작은 허락이다.
“괜찮아, 오늘의 나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그 한마디가 무너진 마음을 다시 세운다.
스스로를 허락하지 못하면
인생은 늘 시험지처럼 느껴진다.
모든 순간이 채점당하고,
모든 말이 평가받는다.
자신을 허락하는 사람은
결과보다 과정을 사랑한다.
그는 완벽한 삶보다, 진심으로 산 하루를 귀하게 여긴다.
그의 표정에는 자신과 세상을 동시에 이해한 사람의 온기가 깃든다.
스스로를 허락하는 순간,
남의 시선은 흐려지고 마음은 자유로워진다.
그 자유로움이 바로 사람을 빛나게 한다.
자신의 단점을 숨기려 애쓰지 않고,
삶의 결을 부드럽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 존재만으로도 주변을 따뜻하게 만든다.
그는 더 이상 세상과 경쟁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될 뿐이다.
삶이 주는 진짜 품격은
화려한 경력이나 사회적 위치가 아니라,
자신을 허락하는 태도에서 나온다.
“나는 완전하지 않지만, 그렇기에 인간적이다.”
이 한 문장을 가슴에 품는 사람은
비로소 자신이 걸어온 모든 길을 사랑하게 된다.
허락은 단순한 관용이 아니다.
그것은 자기 존재에 대한 가장 깊은 존중이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
그 순간부터 인생은 진짜 나의 것이 된다.
우리는 종종 남에게 보이는 ‘나’를 가꾸느라
정작 자신 안의 ‘진짜 나’를 방치한다.
그러나 마음의 깊은 곳에는
언제나 “괜찮다”라고 말해주길 기다리는 또 다른 내가 있다.
그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라.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순간,
삶은 더 이상 타인의 무대가 아니다.
그곳이 비로소 당신만의 세상이 된다.
스스로를 허락한다는 건
자신의 어제와 오늘을 모두 사랑하는 일이다.
결핍과 실수, 부끄러움까지도 나의 일부로 안아주는 일이다.
그 품이 깊을수록 마음은 단단해지고,
단단한 마음 위에서 사람은 빛난다.
완벽한 내가 아니라, 솔직한 내가
세상과 가장 잘 어울린다.
그 솔직함은 꾸밈보다 오래 남고,
그 온기는 화려한 말보다 깊게 스며든다.
허락의 순간, 우리는 더 이상 누군가가 되려 하지 않는다.
그저 ‘나’로 충분한 사람으로 서게 된다.
그때 비로소,
세상은 우리를 진짜로 아름답다고 말해준다.
ㅡ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