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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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빛이 내 마음을 건너갈 때
새벽이 밝아올 때
가장 먼저 깨어나는 것은
눈이 아니라 마음이었다.
방안에 스며든 희미한 빛 한 줄기가
몸보다 더 깊은 곳을 먼저 두드렸다.
창문 틈 사이로 들어온 빛은
어둠을 몰아내는 속도가 아니라
마음을 어루만지는 결로 움직였다.
그 빛은 머무르지 않고,
바람처럼 스쳐가며
마음의 먼지를 조용히 털어냈다.
사람의 마음은
빛 앞에서 본래의 모양을 드러낸다.
감춰두었던 그늘이 드러날 때도 있고,
잊고 있던 온기가 다시 살아날 때도 있다.
새벽빛은 그 모든 모양을
꾸짖지 않고 바라보았다.
마음이 마음을 바라보는 것처럼
조용히, 그러나 깊이.
그 빛을 맞으며
나도 모르게 숨을 고르게 들이켰다.
아직 아무 일도 시작되지 않은 시간,
그 시간이 주는 고요함은
하루의 모든 소란과
어제의 모든 모남을
기꺼이 끌어안아 주는 품 같았다.
알았다.
빛은 세상을 밝히기 전에
먼저 한 사람의 마음을 비춘다는 것을.
세상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맑아질 때
하루는 이미 절반쯤 평온해진다는 것을.
새벽빛이 내 마음을 건너갔다.
그 빛은 아무 말도 남기지 않았지만
말보다 정확한 위로를 남겼다.
내 안을 통과한 빛이
오늘의 나를 조금 더 단정하게 세우고 있었다.
하루의 첫걸음은
그렇게 조용히 시작되었다.
아무도 모르게
빛에게 마음을 씻긴 사람처럼.
ㅡ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