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힘 ㅡ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침묵의 힘


말은 자신을 드러내는 가장 직접적인 수단이다. 의견을 밝히고, 입장을 설명하고, 오해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말은 사회적 기능을 수행한다. 그러나 말이 언제나 자신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외려 많은 경우, 말은 감정을 과도하게 노출시키고 판단을 앞당기며, 불필요한 갈등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침묵은 이러한 상황에서 소극적 태도로 오해되기 쉽다. 침묵은 말의 부재가 아니라, 말에 대한 선택이다. 무엇을 말할지보다 무엇을 말하지 않을지를 결정하는 행위이며, 이는 자기 통제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침묵은 즉각적인 반응을 유보함으로써 감정과 사고 사이에 거리를 만든다. 그 거리는 사유가 개입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이다.

말은 순간적인 상황 대응에 유리하다.

반면 침묵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말은 기록으로 남고, 해석의 대상이 되며, 때로는 발화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재구성된다. 침묵은 해석의 여지를 최소화하고, 불필요한 오독을 줄인다. 이 점에서 침묵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자신을 방어하는 전략적 선택이 될 수 있다.

또한 침묵은 판단의 유보를 가능하게 한다. 충분한 정보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발언은 상황을 단순화시키고, 복합적인 맥락을 지워버릴 위험이 있다. 침묵은 이러한 위험을 회피하며, 사태를 관찰하고 분석할 시간을 제공한다. 이는 감정적 반응보다 숙고된 결정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합리적이다.


침묵이 지키는 것은 체면이나 우위가 아니라 판단의 정확성이다. 말로 자신을 방어하려 할수록 입장은 고정되고, 수정 가능성은 줄어든다. 반면 침묵은 입장을 유연하게 유지하며, 변화하는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이러한 유연성은 개인의 신뢰도를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데에도 기여한다.

“말을 해서 나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침묵으로 나를 지킨다”


이는 감정적 태도가 아니라 실천적 판단에 가깝다. 모든 상황에서 침묵이 최선이라는 뜻은 아니지만, 말보다 침묵이 더 효과적인 보호 장치로 작동하는 국면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인식이다. 자기 검열이 아니라 자기 관리이며, 회피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로 이해될 수 있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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