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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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맞이하는 일
밤에 잠자리에 들 때, 하루를 되돌아본다.
말로 다 하지 못한 생각들, 마음속에서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지나쳐 온 순간들, 남에게는 드러나지 않았으나 나 자신은 알고 있는 수많은 흔들림을 하나씩 내려놓는다. 변명하려 들지 않고, 스스로를 옹호하지도 않는다. 다만 그날의 나를 있는 그대로 마주하며, 회개의 마음으로 조용히 눕는다. 잠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하루를 마감하는 마지막 태도이기 때문이다.
밤은 묻는다.
오늘의 나는 어떠했는가.
말과 행동, 선택과 침묵 속에서 과연 나는 정직했는가. 그 물음 앞에서 우리는 누구도 자유롭지 않다. 잠들기 전의 고요는, 어쩌면 하루 동안 살아온 삶에 대한 심판의 시간일지도 모른다. 그 심판은 소리 없이 이루어지고, 누구에게도 대신 받을 수 없는 몫으로 남는다. 그렇게 밤은 하루를 덮고, 인간은 무력한 상태로 잠에 맡겨진다.
그래서 아침은 늘 놀랍다.
눈을 뜬다는 것은 단순한 생리적 반응이 아니다. 다시 숨을 쉰다는 사실, 다시 빛을 본다는 사실, 다시 시간을 건넌다는 사실은 결코 당연하지 않다. 어제의 나로는 부족했음에도, 오늘의 아침이 다시 주어졌다는 것은 설명할 수 없는 은총에 가깝다. 우리는 밤사이 아무런 약속도 하지 않았고, 어떠한 공로도 내세우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은 묵묵히 열려 있다.
아침에 눈을 뜬다는 것은, 다시 한 번 삶을 허락받았다는 뜻이다.
어제의 허물로 오늘이 닫히지 않았다는 사실, 실패와 후회로 인생이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 앞에서 인간은 자연스레 고개를 숙이게 된다. 아침은 새로운 시작이기 이전에, 용서의 결과다. 다시 시도해도 된다는 허락이며, 다시 살아보라는 침묵의 음성이다. 그래서 아침은 늘 말이 없고, 조용하다.
이 조용함 앞에서 우리는 숭고해진다.
의욕보다 먼저 감사가 오고, 다짐보다 먼저 겸손이 자리한다. 오늘을 잘 살겠다는 결심조차, 스스로의 의지가 아니라 주어진 기회 위에 놓여 있음을 알게 된다. 아침은 우리를 강하게 만들기보다 낮추고, 앞서 가게 하기보다 멈추게 한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기 전에, 오늘 하루를 살아도 되는 존재인가를 먼저 돌아보게 한다.
겸허함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아침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태도, 살아 있음에 이유를 붙이지 않는 자세, 그저 주어졌다는 사실 앞에서 조용히 감사하는 마음. 그 마음이 하루의 방향을 결정한다. 그렇게 시작된 하루는 요란하지 않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는다.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조심스럽고, 조금 더 따뜻한 선택을 가능하게 한다.
아침을 맞이한다는 것은, 삶을 다시 배우는 일이다.
매일 새로 태어나듯 살아가라는 가르침을, 말없이 전해받는 시간이다. 그래서 오늘도 눈을 뜨며 생각한다. 이 하루를 허락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빚지고 있음을. 그 빚은 성취로 갚는 것이 아니라, 겸손으로 살아내는 일로 갚아야 함을.
아침은
늘
그렇게 시작된다.
소리 없이,
그러나
깊게.
ㅡ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