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등 ㅡ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어머니의 등



김왕식




바람도 손댈 수 없을 만큼
단단한 듯 보이지만
어깨 끝 살짝 굽은 선 위에는
말하지 못한 하루가
끔찍하게 조용한 무늬로 새겨져 있다

어머니의 등은
늘 가족을 등 뒤에 감추고
세상을 앞에 두고 서 있다
힘들다는 말 대신
등이 먼저 굳어가고
서러운 날도
그 굽은 선 하나로 버텨낸다

집이 어려운 해
어머니의 등은 더 굽는다
가난이 아니라 서러움 때문이 아니라
사람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골격까지 숙여버린 것이다

이제 뒤돌아보면
어머니의 등은
아프려고 굽은 것이 아니라
품으려고 굽은 것이다
기댈 어깨가 없는 삶에서
기댈 등을 만들어낸 사람이다

가끔 거울에 비친 나의 등이
몰래 굽은 것을 발견할 때
그제야 깨닫는다
어머니의 굽은 등은
무너진 자리가 아니라
세상을 껴안느라 생긴 자리임을

그 순간
어머니의 등이
천천히 마음속에 다시 돌아와
한 사람을 지키는 사랑이란
울음을 삼키면서도
끝내 등을 펴지 않는 일임을
말없이
일러준다


ㅡ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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