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시대 ㅡ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시대





정신과 의사도 신경안정제를 복용한다.
이 문장은 놀랍기보다 외려 안도에 가깝다.
마음을 다루는 사람조차 마음의 무게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이, 이상하게도 우리를 조금 덜 외롭게 만든다.

요즘 정신적 고통을 앓는 사람은 특별하지 않다.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하루를 견뎌내는 사람이 더 많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회의실에서, 식탁 앞에서 사람들은 웃고 고개를 끄덕이지만, 마음 한편에는 늘 피로가 눌러앉아 있다. 이유를 묻기 어려운 불안, 설명되지 않는 공허, 이유 없이 가라앉는 기분. 병명이 없어도 고통은 분명하다.

과거에는 이를 숨겼다.
정신적인 문제를 말하는 것은 약함의 고백이었고, 가정의 수치였으며, 개인의 결함처럼 여겨졌다.
“마음이 약해서 그렇다”는 말 한마디가 모든 설명을 대신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파도 입을 다물었고, 버텨야 한다는 말로 스스로를 밀어붙였다. 그 결과, 많은 고통은 치료되지 못한 채 굳어졌다.

요즘은 조금 달라졌다.
상담실의 문은 이전보다 자주 열린다. 마음을 이야기하는 언어도 늘었다. 그러나 그만큼 고통이 줄었는지는 알 수 없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이 “괜찮지 않다”라고 말한다. 속도가 빠르고, 비교가 일상이며, 쉬지 않아도 된다는 압박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마음은 여전히 숨 돌릴 틈이 없다.
정신 상담을 하는 의사도 피곤하다고 말한다.

하루 종일 타인의 고통을 듣는 일은 결코 가벼운 노동이 아니다. 위로하는 말 뒤에는 소진이 남고, 공감 뒤에는 탈진이 따른다. 그래서 어떤 의사는 말한다. 자신도 약을 먹는다고. 이 고백은 전문가의 실패가 아니라 인간의 정직함이다. 마음을 다루는 사람도 마음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중요한 사실을 마주한다.

정신적 자유는 깨달음 하나로 얻어지는 상태가 아니라는 것. 의지로만 극복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것. 약이 필요할 때가 있고, 상담이 도움이 될 때가 있으며, 무엇보다 쉬어야 할 때가 있다는 사실. 그것은 패배가 아니라 관리다. 몸이 아프면 약을 먹듯, 마음이 아플 때 도움을 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우리는 너무 오래 스스로에게 강해지기를 요구해 왔다. 울지 말라고, 흔들리지 말라고, 참고 견디라고. 그러나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감정은 소모되고, 마음은 닳는다. 그 닳음이 쌓이면 어느 날 기능이 멈춘다.

정신적 자유를 찾는 길은 쉽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길이 혼자만의 싸움일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약이든 상담이든, 말 한마디든, 잠시의 휴식이든, 그것은 삶을 포기하는 신호가 아니라 삶을 계속 살기 위한 선택이다.

정신과 의사가 약을 먹는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단순하다.
아픈 마음은 숨길 일이 아니라 돌볼 일이라는 것.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이, 이제는 허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ㅡ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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