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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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는 왜 경칩驚蟄보다 먼저 눈을 뜨는가
청람 김왕식
겨울을
끝까지 살아낸 개구리는
봄을 서두르지 않는다
경칩驚蟄이라는
달력의 약속보다
흙속에서 전해오는
미세한 떨림을 먼저 읽는다
아직
얼음이 문장을 맺지 못하고
바람이 의심을 거두지 않았을 때
개구리는
조용히 눈을 뜬다
세상이
정말로 열렸는지
숨을 내쉬어도 되는 온도인지
위험이 먼저 깨어
자리를 차지하지는 않았는지
봄은
언제나 말보다 늦고
위험은
늘 소리 없이 온다는 것을
그는 안다
하여
뛰지 않는다
다만
숨을 고르고
귀를 연다
살아남은 생명은
희망보다
신중하다
개구리가
경칩 전에 눈을 뜨는 이유는
봄을 맞기 위함이 아니라
다시 겨울로
물러날 길을
미리 남겨 두기 위해서다
진짜 봄은
의심을 통과한 생명에게만
조용히
허락되므로
ㅡ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