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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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겨울이었다가 봄이 될 즈음
청람 김왕식
마음이 겨울일 때
나는 계절을 부르지 않았다
내 안의 해가
오래 자리를 비웠을 뿐이라
생각했다
말은 얼음의 어순으로 굳고
감정은
숨을 삼킨 채
눈 속에 눕혀졌다
기억은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 눈처럼
스스로를 지웠다
마음이 봄이 될 즈음
아무 소식도 오지 않았다
종도 울리지 않았고
문도 열리지 않았다
다만
얼음이
자기 무게를 견디다
조용히
금이 갔다
그 틈으로
오래 접어 두었던 숨이
미지근한 빛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봄은
오는 계절이 아니라
쥐고 있던 겨울을
손에서
놓는 일
하여
마음이 봄이 될 즈음
나는 웃지 않았다
이를 풀었고
어깨를 내렸다
그 순간
꽃은
피어야 할 곳을
다시 기억해 냈다
ㅡ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