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동선하로동선 冬扇夏爐冬扇
청람 김왕식
겨울 한가운데
나는 부채를 꺼낸다
추위를 견디기 위해서가 아니라
차가워진 생각을
흩어 놓기 위해
얼어붙은 말들이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부채질로
침묵의 먼지를 털어낸다
여름이 깊어지면
화로를 놓는다
불을 피우기 위함이 아니라
너무 가벼워진 마음에
무게를 얹기 위해
더위 속에서
쉽게 식어 버리는 약속을
다시 덥히고
흩어진 중심을 불러 모은다
계절은
몸이 아니라
마음을 시험한다
추울 때 필요한 것은
열이 아니라
방향이고
더울 때 필요한 것은
바람이 아니라
중심이다
겨울에 부채를 드는 일
여름에 화로를 놓는 일
나는 늘
계절의 반대편에서
나를 지킨다
ㅡ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