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활착 미소 짓고 있는 천사 황기연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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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곁에 있는 천사
― 황기연 집사를 말하다
청람 김왕식
사람은 살면서 한 번쯤 생각한다.
천사가 정말 존재하는가 하고.
종교적 상징이나 관념 속 존재가 아니라, 현실의 삶 속에서 숨 쉬며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으로서 말이다. 그 질문은 대개 막연한 채로 남는다. 그러나 어떤 사람을 만나면 그 물음은 더 이상 추상이 아니다. 구체가 된다.
내 곁에는 하늘이 내려 보낸 듯한 사람이 있다.
세검정중앙교회 황기연 집사다.
그의 손을 보면 먼저 삶이 보인다.
고운 손이 아니다. 노동으로 굳어진 손이다. 망치를 오래 쥐어 단단해진 마디, 갈라진 피부, 세월이 스며든 손바닥. 일 년 내내 그의 손에는 집수리 연장통이 들려 있다. 누군가의 문을 고치고, 벽을 메우고, 생활의 불편을 다듬어 온 손이다.
그 손은 직업의 흔적이 아니라 태도의 기록이다.
그러나 그 거친 손과 달리 얼굴에는 늘 미소가 머문다.
그 미소는 꾸며낸 표정이 아니다. 남을 편하게 하기 위한 습관도 아니다. 삶을 받아들이는 방식에서 나온 평온이다. 그는 단 한 번도 세상을 원망하는 말을 하지 않는다. 불평을 삶의 문장으로 삼지 않는 사람이다. 그 점이 주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몇 해 전 그의 삶에 큰 소식이 닥쳤다.
직장암 3기라는 진단이었다.
누구라도 흔들릴 수 있는 순간이다. 원망이 먼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그는 다른 선택을 했다. 담담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자신을 내세우지 않았다. 의지를 과시하지도 않았다. 그저 하나님 앞에 자신을 맡겼다. 그 태도 속에서 시간이 흐르고, 치료가 이어지고, 회복이 찾아왔다. 그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몸만 돌아온 것이 아니다. 믿음이 더 깊어진 사람으로 돌아왔다.
지금도 주일이면 변함없이 교회에 나온다.
겨울바람이 거센 날에도 주차 안내 자리에 선다. 따뜻한 실내보다 바깥을 선택한다. 그 모습은 봉사라는 말로 설명되기보다 삶의 고백에 가깝다. 믿음이 몸으로 드러나는 방식이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를 천사라 부른다.
성자라는 표현을 쓰는 사람도 있다.
그가 특별한 말을 많이 해서가 아니다. 앞에 나서기 때문도 아니다.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며 사람을 돕고 공동체를 위해 행동하기 때문이다.
오늘의 사회는 눈에 보이는 성취를 크게 평가한다. 그러나 인간의 품격은 조용한 자리에서 드러난다. 타인의 불편을 덜어주려는 마음, 고통 속에서도 원망을 선택하지 않는 태도, 믿음을 행동으로 이어가는 지속성 속에서 드러난다. 황기연 집사의 삶은 그 사실을 보여준다.
그를 보며 깨닫는다.
위대한 삶은 큰 소리를 내지 않는다.
빛은 화려함보다 헌신 속에서 더 또렷하다.
사람이 사람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증거가 멀리 있지 않음을 알게 된다.
천사는 날개로 구별되지 않는다.
태도로 드러난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손길, 감사하는 마음, 꾸준한 실천 속에서 그 존재는 드러난다.
그를 보며 확신한다.
하늘은 때때로 사람의 모습으로 천사를 보낸다.
그리고 그 천사는 가장 평범한 자리에서 조용히 살아간다.
그의 삶은 말한다.
믿음은 선언이 아니라 태도다.
신앙은 말이 아니라 지속된 행동이다.
인간의 존귀함은 성공이 아니라 사랑의 방식에서 드러난다.
나는 오늘도 그를 보며 배운다.
천사는 멀리 있지 않다.
우리 곁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의 얼굴 속에 이미 있다.
□
황기연 천사에게
청람 김왕식
그대의 손을 본다
기도보다 먼저
망치의 무게를 기억한 손
세월이
손금 대신 굳은살로 흐르고
침묵이
연장통 속에서 하루를 연다
그대는
무너진 벽을 고치듯
사람의 마음 틈을 고친다
불평하지 않는다
겨울바람이 얼굴을 스쳐도
삶을 탓하는 말
입술에 올리지 않는다
한때
벼락같은 병명이
그대의 이름을 불렀을 때
그대는 세상을 향하지 않고
무릎을 향해 내려갔다
그리고
기도라는 숨으로
다시 일어났다
주일 아침
차가운 길 위에서
차를 인도하는 손짓은
길을 여는 일이 아니라
믿음을 세우는 몸짓이다
사람들은 그대를
천사라 부른다
그러나 그대는 말한다
천사가 된 적 없다고
다만
주어진 하루를
조용히 살아냈을 뿐이라고
나는 안다
천사는
날개로 증명되지 않는다
거친 손 하나로
세상을 원망하지 않는 태도
그것이 곧
하늘의 형상이라는 것을
그대의 이름을 부른다
황기연
이 땅의 먼지 위를 걸으며
빛을 남기는 사람
하늘이 사람에게 보낸
조용한 증거
오늘도 나는
그대에게 배운다
사람이 사람으로 살아가는
가장 맑은 방식 하나를
ㅡ 청람